[기자수첩]도량형이 부른 촌극

 도량형 단위를 통일해 사용하고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보도되자 국민 반발이 예상 외로 컸다. “현재도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통일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의 의견은 다르다. 관행으로 정착돼 온 도량형은 국제 표준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장 일반적인 단위인 평(坪)의 경우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32평형과 33평형의 경우 실제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1평의 차이만큼 가격차이는 있어도 면적의 차이는 거의 없어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금의 무게를 나타내는 ‘돈’, 음식의 단위인 ‘인분’ 역시 모호한 경계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도량형의 통일’이 벌금이라는 강제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불거졌다. 언론보도는 마치 소비자가 도량형 단위를 쓰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만 이해됐다. 도량형을 통일하지 않아서 물게 되는 벌금은 소비자가 아닌, 업체와 업주의 몫이다. 소비자들은 쓰지 않아 다소 낯선 단위일 뿐,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위로 통일되는 셈이다.

 못말리는 해프닝은 ‘인치’ 문제에서 불거졌다. TV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는 인치가 사실상 표준화돼 있는 점을 감안해 미터법과 같이 쓰기로 했다. 그러나 인식은 미터법의 통일로만 곡해돼 업계가 집단반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도량형 통일의 주 대상은 평, 돈, 인분이었다”면서 “본의 아니게 인치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된 것은 정확하게 정리를 못한 정부와 쉽게 흥분한 업계, 모두의 실수”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얻는 이익은 많다. 도량형의 통일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 두고 바꿔야 하는 게 맞다. 관습이 편하다고 해서 모호한 단위가 통용되는 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있다. 바뀐 도량형은 처음 쓰기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이 어색하고 낯설다. 하지만 곧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이 또한 선진국 국민으로 가는 여정 중에 겪어야 할 일이다.  

디지털산업부·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