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ERP시장, 중견기업이 견인했다

 중견기업 시장이 전사자원관리(ERP) 업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 국내 ERP업계는 수요를 주도했던 대기업 시장의 프로젝트 실종과 중소기업 시장의 과당 경쟁으로 어느 해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숨통을 텄다. 그동안 자체 솔루션으로 ERP를 가동했던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를 시도하면서 업무 표준화 등을 위해 ERP 패키지를 도입한데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규 ERP 시스템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 주요 ERP업체는 지난해까지 매출의 10% 안팎에 불과했던 중견기업 매출을 30∼40%까지 올리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시장의 매출 감소를 만회했다.

 

 ◇중견기업이 블루오션=SAP코리아(대표 한의녕)는 대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연초부터 중견기업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대우인터내셔널·풍산·벨웨이브 등 70여개의 중견 및 코스닥 기업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했다.

 대기업 시장을 독식하며 승승장구했던 SAP코리아는 올해 대한항공 등 상당수 대기업 프로젝트가 경영환경 등을 이유로 연기되면서 중견기업을 신규시장으로 발굴했다. SAP는 올해 중견기업을 포함해 100여개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중견기업이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선진 경영 프로세스 정립을 위해 ERP 패키지를 대거 도입했다”며 “올해 중견기업 시장이 ERP 시장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오라클(대표 표삼수)은 삼양사·경동도시가스 등 70∼80개의 중견기업 고객을 확보, SAP코리아와 대립각을 세웠다.

 김철 한국오라클 본부장은 “올해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JD에드워드 솔루션과 오라클 솔루션을 내세워 중견기업 시장에서 오라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선전=국내 기업으로는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이 중견기업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며 일동후디스 등 15개의 고객사를 신규로 확보했다. 올해 중견기업 매출은 총 매출의 40%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올라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자체 솔루션으로 ERP를 가동했던 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내년에는 중견기업 매출 비중을 50% 정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중소기업 시장에 집중한 국내 대다수 ERP업체는 중견기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며 과당경쟁 등으로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시장에서는 더존다스(대표 김용우)가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가며 자존심을 살렸다.

 ◇내년 전망도 밝아=중견기업 시장은 내년 전망도 밝다. 코스닥에 진입하는 기업 수가 매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고 중견기업들도 ERP 도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중견기업 ERP 구축 성공사례가 시장에 알려지면 시스템 구축을 망설였던 중견기업이 내년에 대거 ERP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견기업 상당수가 자체 솔루션을 활용해 ERP를 운용중이어서 내년에도 관련 시장 전망이 밝다”며“외국계 기업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내려오고 국내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중견기업 시장이 국산 대 외산 ERP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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