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문화 콘텐츠 산업화를 위해’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국내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달 31일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10월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소 무거웠던 그동안의 주제와 달리 ‘콘텐츠’라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만큼 토론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주무 부처가 보는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패널 발표는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과 이현세 만화가 협회장이 맡아 멀티미디어 시대 우리 콘텐츠가 나야 가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공포의 외인구단’과 ‘아마겟돈’ 등 자신의 만화가 영화·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일찍부터 ‘원소스멀티유즈(OSMU)’ 과정을 경험 한 이현세씨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날 모임서는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산업 현황에 대해 먼저 진단했는데,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점차 산업화되고 있지만 아직 고용 창출 효과가 미약하고, 늘어나는 미디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영호 본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지난 70·80년대가 HW/SW 시대였다면 2000년 대는 문화 콘텐츠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캐릭터 시장 규모가 휴대폰 시장과 맞먹을 정도인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라면서 “보다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제2, 3의 CJ그룹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콘텐츠 부족 사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김국진 소장은 최근 DMB 등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이른바 ‘돈이 되는 콘텐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이는 기존 콘텐츠 발전이 지나치게 오락에 치중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교육, 문화 등으로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세 씨는 최근 문화 원형으로 급격히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화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최근 만화 원작 영화가 배 이상 느는 등 만화 활용처와 용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만화 시장은 ‘산업’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원시적”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놓은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금 지원 등 만화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발표에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장인경 마리텔레콤 사장은 만화 ‘아마게돈’이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실패 경험담을 담은 백서는 지금도 유효하다면서 우리는 과거 문화 콘텐츠 산업화 시도에서 얻은 교훈을 철저히 분석하고, 산·학·연 공동 담론 구조를 만든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장세탁 어플라이시스코리아 고문은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원형이 되는 ‘원작’이라며 제대로 된 원작을 위해선 기획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하며, 해외 수출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작품을 양산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공석환 변호사는 한국 디지털 콘텐츠 수출이 활발해 질 경우 기업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는 부가 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위해 문화 콘텐츠 보호, 해외에 적합한 제품 양산 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하재구 QMB컨설팅 사장은 숨어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 원형을 산업화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박물관에서 잠자고 있는 전통 디자인이 많은 만큼 이를 적극 활용, 돈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역할론도 주요 화두였다. 손대일 유비테크놀러지스 사장은 “창작력 있는 개발자와 콘텐츠를 양산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들어가고 결국 대기업이 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우리를 먹여살릴 산업인 만큼 기초부터 잘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리=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주제발표: 디지털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미래
-최영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
‘디지털 문화 콘텐츠’가 다른 산업과 특수한 점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인 내용물에 디지털이라는 그릇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문화 콘텐츠 산업 확대를 위한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문화 콘텐츠 시대에 와 있다. 특히 지난 90년대 이후 이동통신망 보급, 브로드밴드 확산 등 국내 IT인프라가 급성장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란 인간 감성·상상력을 원천으로 문화적 요소가 체화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상품이다.
실제 문화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일례로 전세계 방송 시장 규모는 2984억 달러로 반도체 산업 2229억 달러를 앞선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약하다. 반도체 점유율은 10%에 달하는 반면 방송은 2%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GDP 대비 문화 콘텐츠 성장률이 3배에 달하며 고용 유발 계수도 10억 투입 당 15.9명이며 농림 수산업에 이어 2위다. 특히 문화 산업은 수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휴대폰 등도 많이 수출되지만 외산 부품을 많이 쓰는 것을 보면 실제 한국이 얻는 이익은 훨씬 적다. 하지만 문화는 100% 우리 기술로 만들어지고 수익도 고스란히 국내로 들어온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 규모도 오는 2010년 94조 원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성장성이 큰 사업인 만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빨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콘텐츠 수출은 연 900억 달러에 이르러 군수 사업에 이어 2대 산업으로 떠올랐다.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999년 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래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을 설립했고, 지난 1월엔 산자부가 선정한 ‘2020년 미래 유망 산업’에 뽑혔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현상은 미약하다.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 경쟁력은 12.44로 미국(31.41), 영국(20.48)에 한참 뒤지며 심지어 중국(6.53)에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 영화 산업의 경우 3.74로 세계 3강 수준이지만 너무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현상이 이런 만큼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문화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디지털 유통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불법 복제 방지가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또 하나의 원작을 여러모로 이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정책이 필수다. 이를 위해선 문화 복합 대기업이 탄생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CJ, 오리온 등 몇몇 대기업이 문화 콘텐츠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베텔스만, 비방디 등 해외 글로벌 기업이 평균 8개 분야에 진출해 있는 것에 비해 CJ는 3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아직 미약하다.
산업 정책도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만들어져 한다.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창작 진흥이 이뤄져야 하며 동남아 중심의 한류를 유럽, 미주로 확대하기 위한 수출 진흥책도 필요하다.
◆패널 발표: 한국 문화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콘텐츠라면 구현되는 미디어가 무엇이든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콘텐츠 가치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날 경우 콘텐츠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콘텐츠 부족 현상은 이에 대한 기존 미디어 매체의 지배력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원천 소스 공급이 중요하다. 원작에 아닌 일부 스타 시스템으로 성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홍콩 영화의 몰락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안정적으로 원 소스를 공급받기 위해선 이를 제작하는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현재 오프라인 사업은 점차 쇠퇘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디지털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또 제대로 된 원 소스 공급을 위해선 산업적 측면 고려가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사업은 너무 오락에 집중돼 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비 오락적인 콘텐츠 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 광고에도 게임이 적용되는 등 교육적 콘텐츠가 많다. 교육과 사회는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 만큼 교육 콘텐츠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는 향상 지적되는 부분이다. 콘텐츠가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공유의 개념이다. 문제는 이 속에서 저작권 보호가 너무 소흘하다는 거다. 이럴 경우 관련 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패널발표: 콘텐츠 산업의 원천 기술, 만화!
-이현세 한국만화가협회장
디지털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도 IT산업처럼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요소가 있다. 이 중에서도 만화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다.
이웃 일본을 보면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대중 문화 산업 전분야에 걸쳐 만화가 핵심 소스로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70% 이상이 만화가 원작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드라마 ‘궁’, 영화 ‘타짜’ 등 만화 원작인 수많은 히트 작품이 있다.
이런 현실과는 달리 한국 만화 산업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온라인 발달로 콘텐츠 무단 복제·유포로 시장이 유린당하고 있다. 국내에서 원작 소스로서의 만화가 사라질 경우 영화, 드라마 등 여타 산업은 창작을 위한 자금 투자, 인력 양성을 비롯한 많은 비용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정말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제2의 리니지, 타짜, 궁과 같은 한국 대중문화 성공사례를 만들기 원한다면 정부는 문화 산업 원천기술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 다양한 기업의 투자도 필수다. 물론 만화가들의 자성도 필수다. 이 점에서 이달 한국 만화가 협회들이 운영하는 웹진 ‘코믹타운’의 오픈은 긍정적인 변화다.
정부 당국자들은 만화에 대한 지원·투자가 전체 대중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엄청난 고수익을 안겨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5000만 원이 투입되는 만화를 통해 500억 원 시장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