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 등급 힘의 공백 현실화…업계 우려감 팽배

 우려됐던 게임물 등급 심의 공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게임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방학 시즌이 코 앞인데도 게임물의 등급을 받지 못해 관련 마케팅 업무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다.

 또 내달 9일 개막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06’에서 처음 시연될 신작은 새로운 법규정대로라면 사실상 불법인 상태로 시연이 불가피해 국제적 망신까지 우려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오는 29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의 시행에 따라 출범해야 할 게임 등급 분류 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등위)’가 법정 업무 개시일을 5일 앞둔 24일 현재 위원 구성은 물론이고 사무국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등위의 실질적인 등급 심사 업무는 11월 말께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여 최소 한 달 정도는 ‘심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연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방학 시즌을 겨냥해 신작을 대거 출시하려던 게임업체들은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졌다. 등급 분류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그 서비스 일정에 맞춰 짜놓은 마케팅·홍보 업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지스타2006’에 데모 버전이 아닌, 실제 게임 버전을 내놓고 공개적으로 시연할 예정인 주요 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게임산업진흥법 규정대로라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되는 게임물의 경우’ 등급 심의를 필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이들 게임에 대한 게임등위의 특례 조치나 문화관광부의 유권 해석이 조속히 내려져 불법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부는 당초 9월 말에 게임등위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선임 진통으로 예정일을 한 달 이상 넘기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법정 추천기관으로부터 위원을 추천받았으나 최종 선정 과정에서 일부 단체와 위원회 등의 배분 확대 요구로 낙점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는 25일까지 위원 선임을 완료하고 곧바로 심의를 착수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게임업체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위원 지원 업무를 담당할 사무국 조직 및 전문위원도 아직 선발하지 못한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전문위원 선임은 주말에나 가능할 텐데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문화부의 말은 공언에 불과하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다 부실 심사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게임등위는 게임산업진흥법 규정에 따라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18세 이상가 게임에 대해서도 재등급 분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범 초기 업무가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의 게임 규제 분위기로 인해 산업계의 시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 위원에 대거 포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업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게임업체 심의 업무 담당자는 “위원의 윤곽과 계획안 등이 공개돼야 업체들이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을 텐데 절차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신작 개발 및 출시 일정 조정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상희·이진호기자@전자신문, shkwon·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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