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美 요구 "한국 금융고객 정보 해외 사용 허용하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이 국내 금융고객의 신용정보를 자국이나 제3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운용중인 외국 금융회사 전산시스템을 해외이전하는 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외국계 금융회사 전산시스의 해외이전 문제는 지난 2004년 씨티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과 보험사 등이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한 뒤 시스템을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검토하면서 불거졌다가 금융감독당국의 불가 방침과 금융사의 수용으로 잦아들었다.

 23일 우리측 협상단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FTA 협상에서 개인과 기관 등 한국내 금융 고객의 신용정보를 미국 본사 또는 자회사, 관계자 등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은 국내에 진출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한국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보한 고객 정보를 한국 영토 밖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풀이되며 곧 한국 지사가 운용중인 고객 데이터베이스(DB)와 정보시스템의 해외 이전으로까지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들은 전세계 지사 및 지점의 전산 시스템을 싱가포르·홍콩·인도 등에 위치시켜 IT허브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사실상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고객 정보가 이전되는 결과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모태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한국내 주전산시스템의 ‘해외이전’이나 ‘역외(Offshore) 아웃소싱’을 타진해 왔지만 우리 감독당국은 신용정보 유출과 보안성 등을 이유로 영토밖 시스템 이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통합해 출범한 한국씨티은행도 설립 초기 싱가포르 이전계획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하고 국내에 주전산센터와 데이터센터를 가동중이다. 이밖에도 당시 3∼4개 외국계 보험회사도 비슷한 계획을 검토했다가 철회했다.

 다만, 서울 등지에 지점만을 두고 설립 초기부터 해외 주전산 시스템을 이용해 온 금융기관은 해외에서 보안성을 갖춘 고객 DB 서버를 별도로 관리할 경우에 한해 고객정보 이전이 허용됐다. 이 경우도 금감원의 현장 보안성 검사가 뒤따른다.

 우리측 FTA 협상단은 일단 미국측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고객의 사전동의 △국내 감독당국의 사전승인 △신용정보를 넘기는 기관에 대한 국내 감독당국의 검사 허용 등을 조건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24일부터 닷새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양측의 금융 분야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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