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실험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매우 고무돼 쾌재를 부르고 있을까. 백 번 잘한 결단이라고 자축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을 부질없는 짓이라고 조롱하고 있을까. 북한 주민을 동원해 횃불시위를 하면서 국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사실은 고민이나 불안감이 더 많을 것이다.
핵실험 이전에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태도가 엇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가장 앞장서서 미국의 대북정책을 견제했고 남한의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의 대북 정책과 균열이 있었다. 남한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었고, 온건파마저도 대북 포용정책의 큰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 정도였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가 단합된 모습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그동안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노선의 차이와 혼란이 대북 제재라는 하나의 노선으로 모인 것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비난하던 국제사회가 이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까지의 원인에 대한 진단에서는 미국의 강경책에 책임을 돌리는 시각도 있지만 일단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것이 대세다. 지난 14일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점이라든지 중국이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고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것은 큰 변화다.
북한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던 국가와 단체, 집단을 일거에 하나의 노선으로 결집시켰다. 북한이라는 한 나라를 두고 전 세계가 하나로 맞섰다. 전선이 단일화된 것이다.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남한의 진보진영도 핵실험 이후 균열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난 뒤 미국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매우 단호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문제보다 이란 핵문제가 더 심각한 사태인데 북한 핵보유 성공은 이란을 크게 고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강경한 대북 제재는 이란을 염두에 두고 겁을 주기 위한 시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이나 남한도 미국의 단호한 의지에 딴 길을 걷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미국의 안대로 유엔안보리 제재안이 의결됐고 유엔제재의원회가 출범하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유엔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단결해 추진하고 있는 제재를 견딜 수 있느냐, 언제까지 견디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흔히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졌으나 얼마 되지 않아서 유명무실해져 버렸으며 결국 핵보유국이 됐다는 평가가 있으나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그 나라들과는 다르다.
북한은 1995년부터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이후 중국과 남한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히 큰 나라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에너지의 80%, 대외교역의 50%, 외부식량 수입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 장마당의 공산품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핵실험 이후 북한의 협상력이 강화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 제재 앞에서 북한의 협상력은 매우 취약하다. 핵무기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북한으로서는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핵무기를 갖기를 원치 않는 나라는 없다. 남한도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미국의 저지로 포기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면 더 큰 대가를 포기해야 한다. 경제 회생에 필요한 미국 및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국제금융기구의 외자 도입, 중국·일본·미국과의 무역거래 등 체제를 유지하는 데 더욱 결정적인 경제 요소를 포기하지 않고는 핵무기를 보유하기 어렵다.
이제 북한의 마지막 카드까지 다 나온 상황에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제재와 PSI 등의 봉쇄를 견디지 못하면 국제사회에 항복을 하고 나오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uhjj@kinu.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