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UN 결의는 결국 북한 경제제재로 귀결됐다. 미국의 강경한 방침이 중국의 특사파견에 이르는 적극적인 외교, 한국의 햇볕정책과 만나면서 다소 완화돼 핵 확산관련 경제제재 조치로 확정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7장 41조의 경제적 제재에 신속히 합의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제재위원회를 통한 제재 강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중국이 강조한 외교적 해결과 미국의 제재 강화의지를 적절하게 조정한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북핵 제재에 나선만큼 그 수위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가겠다는 국제합의를 도출한 셈이다.
감정적으로야 북한의 잘못된 정책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재가 필요하다 하겠으나 제살 도려내기식으로 북한을 몰아붙이게 되면 우리나라의 국가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기하급수적인 통일비용 증가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통일 한국의 평화적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많은 국민에게 UN의 이성적 결단은 마땅히 수용할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퍼주기식’ 대북지원도 문제가 되겠지만 민족적 동질성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경협마저 무시한다면 통일 한국을 바라는 모든 국민의 마음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격이 될 것은 불을 보듯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돼야 할 것은 경제적 제재조차도 선별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21세기 들어 일본의 대북한 영향력이 무역규모와 더불어 급속히 축소되면서 중국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는 바, 북핵 관련 경제제재를 통해 반사 이익을 가장 확실하게 누리게 될 국가가 중국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한국 경제라는 점에서 UN안보리의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적절하게 원용돼야 한다.
지난해 남북교역은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룩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남북교역량이 6억6808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하는 등 순항을 계속해왔다. 여기에 개성공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성공단사업의 거래동향을 보면 7월까지 1억5501만달러가 거래돼 평균을 훨씬 웃도는 59.5%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존 입주업체의 사업확장전략에 따라 개성공단 내 제품생산을 위한 원부자재와 공단개발을 위한 건설중장비·기계류의 반출이 증가하고 있고 토지개발공사의 개성공단 2차 분양도 무리없이 진행되면서 큰 걸림돌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만 인정되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남북협력의 성과가 차곡차곡 쌓여온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과 이에 따른 안보리 경제제재로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상업적 교역에서 실질적인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경제교류를 통한 북한과의 대화·협력 기조를 위해 노력해온 우리 정부나 관련 사업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UN결의에 따른 경제제재가 지금 당장 개성공단이나 남북IT교류협력 사업으로까지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곧 구성하게 될 안보리 제재위원회나 미국·일본의 혹독한 감시하에서는 자유로운 경제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도 포용정책과 강한 제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등 남북 협력사업의 지속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균형잡힌 시각과 적절한 외교적 수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UN 회원국으로서, 북핵문제의 첨예한 당사자로서, 또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제재노력에 동참하면서도 평화통일을 위한 최소한의 경협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사업의 속도조절, 철저한 모니터링 등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지나치게 의존한 교류협력을 벗어나 남북한 전자상거래 등 IT인프라를 이용한 새로운 협력사업 개발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향후 남북 경협은 국제적인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고 경협사업의 탄력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용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yrchoi@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