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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65)이 지난 10일로 SK그룹에서 샐러리맨 생활 40돌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의 세월을 한곳에서 보냈으니 그룹 내에서도 어른 중 어른인 셈이다. 그룹 밖에서는 어떨까. 산전수전 다 겪고 엇갈린 평도 나올 법한 이력이지만 조 부회장이 우리나라 IT산업을 최고의 반열에 올린 주역이라는 데는 모두가 입을 모은다. 그는 66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평사원으로 유공(현 SK)에 입사한 뒤 오늘에 이르까지 한번도 SK그룹을 떠나지 않았다. SK텔레콤과의 인연은 지난 95년 서비스생산부문장을 맡으면서부터. 40년 신화 창조 비결에 대해 그는 평소의 지론대로 “잘난 척 않고 직원들을 믿고 맡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조정자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진두지휘했던 그는 수많은 엔지니어를 독려하고 그룹의 조기투자를 받아냄으로써 마침내 96년 1월 인천·부천 지역 상용화에 성공했다. 99년 이동통신 마케팅의 신기원을 만들어낸 ‘TTL’ 브랜드도 그의 작품. 마케팅에 대한 통찰력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 붐을 조성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온 국민 응원 페스티벌, 한국축구에 힘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울 시청 앞 광장 전광판 설치와 붉은악마 티셔츠 무료 배포를 결정하면서 온 국민의 축제 열기를 한데 모아냈다.
현재 SK텔레콤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인 해외 진출노력도 실은 그가 오래 전부터 터를 닦았다. 99년 몽골의 이동통신사업자 스카이텔에 대한 현물출자, 2000년 4월 SLD텔레콤 설립을 통해 베트남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그것이다. 이런 공로로 그는 지난 2001년 동탑산업훈장을, 2003년에는 베트남 정부에서 정보통신발전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조직의 리더십에 대해 그는 ‘공평’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들었다. 앞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제는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그는 지난 2004년부터 SK그룹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물론 2003년부터 한국전파진흥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전파산업에 남다른 애정도 보이고 있다.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이 국내 IT산업에 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은 여전하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