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이 칼럼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한글날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온 국민의 염원이 통했는지 지난해 12월 국회의 관련법률 통과로 한글날은 국경일로 승격됐다. 단순 기념일로 전락한 지 15년 만의 권위회복이다.
80년 전 위대한 우리 문화유산 한글이 갖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정한 한글날(당시 가갸날)이 국경일에서 일반 기념일로 전락한 것은 우리글을 탄압하고 민족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일제에 의해서가 아니다. 황당하게도 그 주범은 노태우 정부였다. ‘공휴일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구실을 붙였다. 국경일을 국경일 자체가 갖는 숭고한 의미가 아닌 단순 공휴일로 치부해 경제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어이없는 일을 벌였다. 세계 5000여 언어 가운데 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10위권 언어로서의 긍지와 지난 오백수십년간의 민족정기를 단 하루치의 국민총생산과 맞바꿨던 역사적 만행으로 평가된다.
오늘 한글창제 560돌을 맞았다. 여전히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닌 명목상의 국경일 수준에 머물러 아쉽지만 국경일로서의 의미부여 작업을 마쳤다면 이제는 한글사랑을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금세기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10대 청소년의 언어파괴와 한글변용은 도를 넘어선다. 10대의 유행어와 비속어는 언어의 세대차이를 만들어낸다. 파괴된 한글 때문에 통상 30년이던 세대차이도 이젠 10년 이하로 줄었다.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닌 형제 간의 언어상 세대차이가 존재할 정도다.
대학생의 국어 실력도 문제다. 신입생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인 맞춤법 및 한자실력마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공영방송사가 해마다 실시하는 한국어능력시험에서는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낙제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대학생의 토익점수는 나날이 오르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어가 대학 교과과목에서 교양필수가 아닌,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교양선택으로 전락한 지는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지금의 10대가 4∼5년 후 대학에서 다시 교양선택 정도로나 국어를 만나니 언어파괴나 한글변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어 보인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백년을 내다본 한글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밖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영토를 빼앗기고, 안에서는 최고의 문화유산 한글을 기억에서 스스로 지워간다면 우리에게 남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컴퓨터산업부·최정훈차장@전자신문,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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