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시장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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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적인 가입자 포화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자 접점에서 시장의 저변을 형성해왔던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시장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규 순증 가입자 규모가 크게 줄어들자 대리점의 주 수익원인 가입자 유치 수수료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고 일부 대형 유통망은 자금력을 동원해 신규 가입자 시장을 독식하는 반면에 중소형 대리점은 영업난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특히 시장정체와 더불어 번호이동성이 실시된 지난 2004년부터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호황을 구가했던 대리점 영업도 근래에는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추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 포화상태에 진입하면서 그동안 시장의 근간을 이뤄왔던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 수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광범위한 유통망을 보유했던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지난 2004년 말까지만 해도 1·2차 대리점을 합쳐 2800여개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2630개로 급감했고 지난 상반기 말 현재 2550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소형 대리점의 영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형 대리점에 흡수되거나 자진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KTF(대표 조영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말 1850개에 이르던 대리점은 지난해 말 1700여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1450개 규모로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금력을 통한 대형 유통점 위주의 영업정책을 유지했던 SK텔레콤·KTF와 달리 이미 오래 전부터 직영 소매점 중심의 영업으로 전환한 LG텔레콤은 비교적 다른 양상이다. 직영 소매점을 꾸준히 늘린 덕분에 지난 2004년 말 1300여개였던 대리점은 지난해 말 1290개, 현재 1340개 규모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형 대리점, 중소형 대리점, 판매점 등으로 이뤄진 유통시장 전반은 신규 가입자 유치감소 탓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통구조 전반에도 최근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장포화로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만으로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유통망은 대형점 중심의 양극화와 중소형 매장 감소라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순증 가입자 정체라는 근본적인 문제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본격 성장가도를 달렸던 지난 2000년 이후 3년간은 매년 순증 가입자 증가율이 7.8%에 육박했던 데 비해 번호이동성이 막 시작된 2004년 이후 올해 말까지는 6%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특히 대리점의 경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면 통상 4∼5년 후에는 본사에서 받는 수수료가 종료되는만큼, 최대 호황기인 2000년대 초반 유치한 가입자 재원은 근래 들어 완전히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정체로 신규 가입자 규모가 감소하면 본사에서 받는 각종 수수료도 덩달아 줄고 이는 다시 신규 가입자 유치 재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측은 “번호이동성 실시 이후 대리점 간 단말기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실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대리점은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10여년간 이동통신 시장을 현장에서 끌어왔던 유통망 구조가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기를 맞았다는 진단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