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상파DMB](상)위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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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DMB 단말기 보급대수가 170만대를 넘어섰으나 수익모델 부재로 사업자는 고전하고 있다. 고객들이 한 휴대폰 매장에서 모델별 성능을 비교하며 지상파DMB폰을 고르고 있다.

지상파DMB 위기론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하반기께 결국 한두 사업자가 자본 잠식에 빠져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동안의 장밋빛 전망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이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지상파DMB 업계 위기론의 실체를 짚어보고 그 대안을 긴급 점검한다.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 방송과 통신계를 이끄는 ‘쟁쟁한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과 노성대 당시 방송위원장을 비롯, KBS·MBC·SBS 지상파방송 3사와 YTN 사장, 야당 대표 등이 그들 면면이다.

 대통령은 동영상 축사를 보내 “지상파DMB 개국은 IT 강국을 세계에 드높인 쾌거”라고 격려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방송시장을 상대로 ‘새로움’을 선사했던 지상파DMB 개국식 상황이다.

 9개월이 경과한 지난달 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 마련된 지상파DMB특별위원회 측 관계자들은 차마 보도자료도 내지 못하는 중대 결정사항을 구두로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등 수도권 지하철사업자 측이 제시한 최소한의 지하철구간 중계기 점용료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금액은 ‘연간 24억∼30억원’에 불과한 것이었다. 패배의식이 만연했다.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6개 사업자 매출을 모두 합쳐야 겨우 20억원이 될 전망”이라며 “내년을 긍정적으로 봐도 60억원”이라고 전했다. 매출의 절반인 30억원조차 부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의 배경이다.

 그런데 지상파DMB 단말기 보급대수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8월 말 현재 추정 집계치는 170만대. 신규 서비스로 9개월 만에 거둔 ‘대박’인 셈이다. 지상파DMB라는 서비스를 소비자가 받아들였다는 방증이다. 이미 얼리어답터 수준을 넘어섰으며 올해 200만 돌파, 내년 400만∼500만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DMB사업자는 먹고살 일이 막막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는 초기 3∼4년간 적자를 예상하고 수익모델을 본다”며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세월이 약”이라며 500만대만 팔리면 수익구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는 ‘500만이 되더라도 광고 수익모델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휴대이동방송은 당초 고정방송처럼 가입자가 늘면 광고도 따라서 늘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상파DMB는 지상파방송사라는 이유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서 광고 판매를 대행한다. 지난 3월 대행에 나섰지만 광고주 반응은 냉담하다. 판매대수가 늘어도 광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의 시청 패턴에 따른 것. 가정의 TV와 다르게, 지상파DMB는 대개 하루 시청 시간이 20∼40분에 그친다. 집 밖에서 짬짬이 TV를 보는 소비자는 그 짧은 시간에 광고까지 볼 여유가 없다.

 더구나 지상파방송 3사는 굳이 지상파DMB 광고 수익이 늘어나도 반갑지 않다. 어차피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는 인식이다. 차라리 지상파 광고에다 지상파DMB를 함께 묶어서 팔고 싶은 게 속내다.

 일본의 사례가 유사하다. 일본은 디지털 지상파방송인 ISDB-T 규격을 채택했으며 이는 6㎒를 13개 부문(세그먼트)으로 나눠 이 가운데 1개(원세그)에서 휴대이동방송용으로 보내는 형태다. 광고주 시각에서는 휴대이동방송은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덤으로서 매력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상파DMB 태동 때는 누구도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정통부와 방송위는 물론이고 무조건 사업권(주파수)만 확보하려 했던 지상파방송사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