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TDX식 신화의 종언

 ‘TDX·D램·CDMA·와이브로.’

 이는 지난 24년간 우리나라가 IT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결정적으로 기여한 기술들이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고용 창출과 국민소득 증가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이 기술들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TDX 개발은 의미가 크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돼 외산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완전히 바꿨다. 또 기술 개발의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잇단 IT 성공신화를 쓰게 했다. 당시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내가 TDX 개발의 원조다”고 자평하며 각 분야에서 IT 코리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TDX 개발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신화가 됐다. 즉 정부로부터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을 받은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이전했다. 그러면 민간기업은 이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면 그것이 곧 국부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실제로 D램 개발은 현재의 삼성전자를 만든 토대가 됐고 CDMA 개발은 휴대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모델’은 와이브로와 지상파DMB에 이르러 절뚝거리고 있다. 와이브로와 지상파DMB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열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던 작품. 와이브로는 외형상 가입자 2000명으로 초라한 실적이다. 불완전한 커버리지로 시작한 와이브로를 안 된다고 비판하기엔 아직 이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조원대의 투자와 관련해 민간 사업자는 짐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상파DMB도 성공한 듯 보이지만 사업자들은 1000억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사업성은 미지수다.

 와이브로와 지상파DMB는 기존 IT 성공모델의 변화 요구를 시사한다. 정부 주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모델이 더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다른 통신 서비스도 많아졌고 일반인은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비나 단말기 등 하드웨어 중심의 수출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비스’ 수출을 지원할 것을 주문한다. 또 낮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 산업에 IT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TDX 개발’로 대표되는 IT 성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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