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지난 몇년 동안 계속된 내수침체와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기업가 정신만은 잃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창간 기념으로 IT분야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CEO들은 ‘블루오션 발굴’과 ‘연구개발(R&D)’에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CEO의 66%가 말한 것이다. 17%의 CEO는 인재양성을 꼽았다. CEO들은 비록 정부가 원하는 설비투자를 우선 순위로 꼽지는 않았지만 기업활동에 꼭 필요한 투자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여건만 되면 언제라도 설비투자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설비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기업가 정신마저 쇠퇴해버리지 않았나 걱정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저성장 궤도 진입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때여서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은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부의 창출, 즉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레스터 서로는 ‘지식의 지배’에서 부를 창출하는 요소 중 기업가 정신을 으뜸으로 꼽았다. 서로는 일찍이 현대사회에서는 지식 축적을 통한 기술혁신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했으며 이는 이미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모험을 즐기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기업가 정신 없이는 기술혁신 그 자체가 결코 부를 창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속도에 발맞춰 제도 혁신과 정비가 필수적이라 했다.
서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해방 후 지금까지 기업가 정신 하나로 경제성장을 일구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지식 축적은 미미했고 기술혁신은 더군다나 어려웠으며 제도는 전근대적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개발독재’라 불릴 정도였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업가가 억척스러운 정신을 발휘해 연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섰다. 안타깝게도 1만달러 고지를 넘어선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전근대적 금융제도로 인해 국가부도 사태까지 겪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제조업 공동화도 가속화됐다.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 우리의 강점인 기업가 정신마저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설비투자 부진은 기업가 정신의 부족이나 소멸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후진성’ 문제임을 확인해준다. CEO들은 경기침체 원인으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침체(46%), 정부정책 일관성 부재(27%)를 주된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대책으로는 내수진작보다 규제완화를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규제완화만 이루어지면 설비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규제만 완화된다면 설비투자가 확대돼 내수진작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CEO들은 또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장위주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분배위주의 정부정책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CEO들은 정부 탓만으로 돌리지 않고 출혈경쟁과 열악한 개발환경 등 기업의 나쁜 체질도 바꾸어야 한다고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이들은 반성과 함께 변화를 위해 실제로 미래 성장동력원 발굴과 이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에 가장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기술혁신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와이브로, 4세대 통신, 부도체를 이용해 테라비트 시대를 앞당기는 반도체 기술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모두 우리의 원천기술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기업가가 기술혁신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오로지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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