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길은 핵심기술 보유뿐이다.’
서승모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사장(47·사진)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1년 만이다. 지난해까지는 영상전화기 수출을 위해 중국을 자주 찾았지만 DMB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부터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출장길을 줄였다. DMB 멀티미디어 칩 개발에 성공한 이후 최근까지 국내 DMB 시장에 집중해 국내 지상파DMB 단말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매출도 150% 이상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이젠 해외 시장 차례다. 내년부터는 중국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 이미 베이징 DMB방송사업자인 베이징 위에롱 연합 데이터방송과 DMB칩 공급 계약을 해 그 기반을 닦았다. 영업은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에 맡긴다고 하는 그이지만, 매주 중국을 찾아가 고객을 만나는 것은 DMB 시장에서 그만큼 중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6년 현재의 중국은 지난해 영상전화기 수출을 위해 찾았던 중국과는 이미 다른 모습이었다. 웬만한 것은 다 복제해낼 수 있는 그들의 기술은 놀랍도록 발전해 있었다.
서 사장은 “1년이라는 기간은 거대한 중국을 엄청나게 바꿀 만큼 충분히 길다”며 “그들은 이미 디자인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승부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멀티미디어 칩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기반으로 신호를 처리하도록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드웨어 기반 칩은 개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두려움을 갖지 않고 공격적으로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린 것도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어 가능했다.
서 사장은 “발표 예정 시간보다 칩 개발이 많이 늦춰지기도 했지만 핵심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고 기다렸다”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영업을 대리점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시간·인력·돈이라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핵심 칩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영업과 기타 업무는 정말 잘할 수 있는 곳에 맡긴다는 생각이다.
서 사장은 “시장의 정보를 끊임없이 연구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희망을 갖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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