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이제는 IP 싸움이다](상)산업 성장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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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스템이 칩 하나로 집적되는 시스템 온 칩(SoC). 반도체 업계에서 ‘이상’으로만 여겨온 SoC화가 설계·재료·공정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편승해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도체설계자산(IP)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짊어질 핵심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IP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산·관·학·연이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투자에 비해 소득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원인이다. △무엇이 우리 IP산업 발전의 걸림돌인지 △어떻게 하면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IP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지 △IP정책이 시장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3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휴대폰용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A사는 지난해 시장 대응 시기를 놓쳐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지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원인은 제품 개발에 꼭 필요한 IP부족으로 분석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A사는 다양한 IP업체와의 협력을 염두에 둔 개발체제를 구축했다. 다행히 A사는 시장 수요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올해 말 대규모 매출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설계자산은 타임투마켓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성공의 열쇠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IP(Intellectual Property)는 간단히 말해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을 의미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를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 시 독립적인 기능을 갖고 재이용이 가능한 기능블록(반도체설계모듈)’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즉 IP란 반도체의 로직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상태로 정리한 블록을 말한다.

 IP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점차 반도체 설계 집적도를 설계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SoC 개발자가 모든 기술을 개발해 시장이 만족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 집적도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매년 58%가량 증가하는 데 비해 설계능력은 반도체자동설계(EDA) 툴의 획기적인 향상에도 불구하고 약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3배가량 차이가 나는 디자인 갭(생산성 격차)을 업계에서는 IP 사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IP를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개발비용은 2004년에는 4배가량 차이를 보였던 것이, 2007년에는 약 8.5배 차이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IP 사용료를 비용 증가로 보는 것보다는 개발비용 단축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SoC 개발자들은 핵심 고유 기술만을 개발하고 나머지 기능은 상품화된 IP를 재사용하는 ‘선택과 집중’이 시장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IP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잇달아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국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업체들과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켜 나가고 있다. 한 해외 IP 업체 한국 지사장은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못미쳤으나 2∼3년 내에 10%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IP업체들의 한국 시장 진출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은, IP 시장의 경쟁을 통해 질 좋은 IP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기를 원하는 국내 팹리스 반도체설계업체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해외 IP를 들여오는 것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반도체 관련 기관에서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IT SoC사업단에서 업체들이 쉽게 EDA 툴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동 구매를 진행한 사례는 이러한 요구를 뒷받침한다.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사장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에 대한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국내 IP보다는 파운드리 검증을 마친 해외 IP를 싼 값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P시장이 급변하면서 IP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국내 IP산업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IP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해외 IP업체들이 급성장하는 한국 시스템반도체산업을 배경으로 과실을 챙기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작은 부분부터라도 산·관·학·연이 힘을 모아 상용 가능한 국산 IP 기반 확립에 노력해야 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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