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반도체 기업, 그들의 미래에는 한국이 있다.’
각 분야에서 넘버 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세계 대표 반도체 기업, 이들의 성장동력에는 한국의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기술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R&D 센터를 설립해 미래를 준비하기도 하고, 혹은 한국의 고객과 함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창조해 시장 공략에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13년 전 퀄컴이 한국과 함께 CDMA 기술 상용화를 함께 일궈낸 이후, 새로운 IT 서비스 상용화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세계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이 세계 시장보다 앞서 선보이고 있는 홈네트워크와 지능형 자동차, DMB, 와이브로 등 여러 분야에서 이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노력은 몇 년 내 한국에서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성태 스팬션코리아 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1등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IT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과의 결속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업체들은 단순 고객이 아닌 주요 파트너”라고 말했다.
◇R&D 센터 설립으로 한국 기술력 적극 활용=다국적 기업이 한국의 기술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방안은 R&D 센터 설립이다. TI는 이동방송 융합 솔루션과 4세대 기술을 한국에서 개발, 차세대 성장을 대비할 계획이다. 아나로그디바이스의 경우 한국의 이동통신 관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국내 팹리스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AMD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 R&D 센터를 국내에 설립하기도 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한국에서 개발한 차세대 품목으로 미래 먹거리를 키울 수 있게 되고, 한국은 첨단 서비스를 가장 먼저 출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이득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세계 대표 업체와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진은 이들의 첨단 기술을 받아들여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팹리스 산업이 태동하게 된 계기는 대기업에서 쏟아져 나온 기술인력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리면서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세계 반도체 기업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다국적 기업 모두에게 윈윈전략임이 분명하다.
◇사회환원, 인력 배양도 늘어난다=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대학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한국 기술진과의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하는 마케팅 정책 중 하나다. TI, 프리스케일, 퀄컴, ST마이크로 등은 장학금 지원뿐 아니라 콘테스트를 통해 기술을 지원하기도 하고, 대학 연구소에 장비 등을 기증하기도 한다. 이들의 사회 환원 프로그램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텔은 교사들이 IT를 활용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사회 환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단순고객에서 협력자로=파트너라는 인식의 확산은 고객 지원에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가전이나 PC 등 국내 완성품 업체들은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제품을 파는 고객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는 최대 협력자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반도체 기업의 한국지사 조직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영업만을 중심으로 조직이 꾸려졌지만, 이제는 함께 시스템 개발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대거 배치되기 시작했다.
한국과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으로 대박을 터트린 퀄컴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퀄컴은 국내 휴대폰 업체들과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70여명에 가까운 기술진이 휴대폰 업체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필드애플리케이션엔지니어(FAE)라는 직종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미처 조직을 갖추지 못한 외국계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 솔루션 업체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심규호·문보경기자@전자신문, khsim·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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