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후폭풍-진흥보다 규제쪽으로 방향 급선회 우려

사행성 도박 게임인 ‘바다이야기’의 비리 의혹으로 전국이 들썩이면서 게임산업에 심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은 올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비롯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신설 등 굴직한 정책이 추진돼 왔지만 갑자기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정책 혼선 및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게임의 진흥보다 규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정책 후퇴의 가능성도 제기돼 게임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다이야기’는 게임이 아닌 도박인데 마치 게임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도박에 의해 게임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바다이야기’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자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사행성 게임산업의 실태 및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행성 게임의 폐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여러 측면에서 집중 조명됐다. 자연히 최근 ‘바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논의가 정체돼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개정안으로 옮아갔다.

이 토론에 참가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이 만연하지 못하도록 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게임등위 내 위원들의 50% 이상을 청소년 보호 단체 등에게 책정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산업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특히 게임산업의 정책 기조 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대표할 10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이자 디지털콘텐츠의 꽃이라며 집중 육성을 약속했던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사회 악’이라 규정하고 줄기차게 규제 강화를 요구해왔던 시민단체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들은 ‘바다이야기’의 사태를 계기로 게임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이며,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는 이로인해 게임산업 진흥을 모토로 제정돼 오는 10월28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진흥법’아니라 ‘규제법’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계는 ‘바다이야기’는 일반 게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박수단일 뿐이라며 정부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게임산업 전반에 관한한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한다.‘바다이야기’로 인한 후폭풍은 게임 관련 행정 전반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있다. 무엇보다 게임판매 및 서비스의 1차 관문인 등급심의 자체가 표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사태로 영등위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영등위는 그동안 한건의 게임물도 심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오픈베타 등의 시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심의가 지연된다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아케이드게임의 경우는 아예 심의업무가 마비된지 오래다. 문화부는 이에따라 ‘게임등위’를 조기에 발족할 방침이지만, 위원 인선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더욱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스타’ 개최에도 적지않은 차질에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3대 게임쇼 부상을 목표로 개최됐던 국제게임쇼인 지스타의 경우 E3, 동경게임쇼 등의 규모가 내년부터 대폭 축소될 전망이어서 올해를 기점으로 3대 게임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컸지만 이번 사태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스타의 2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정됐던 아케이드게임업계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 외에도 상품권 문제로 쑥대밭이된 게임산업개발원을 비롯해 게임산업 관련 기관이 대거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적지않은 행정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업계는 그러나 이러한 눈에 보이는 후폭풍보다 보이지 않는 문제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가뜩이나 나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선 게임에 대한 투자가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를 진행했는데 ‘바다이야기’가 발생하면서 투자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며 “앞으로 게임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 실추로 시장마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다이야기=게임’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돼 청소년들의 게임이용률을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사실 그동안 게임업계는 게임 인식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그동안 게임의 역기능으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협회 임원재 사무국장은 “게임 산업에 좋은않은 인식으로 인해 온갖 규제와 책임을 묻는다면 산업은 몇 년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게임산업의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순수 아케이드가 아닌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게임은 분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바다이야기’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오는 10월1일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출범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설립 주체인 문화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게임등위 출범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도 10월1일 출범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는데 ‘바다이야기’란 암초를 만나면서 새로운 고비를 맞은 셈이다.

‘게임등위’는 사실 그동안 업계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이었다.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영등위로부터 분리 독립함으로써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출범 차질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졸속 행정이다. 예정된 프레임에 따르면 게임진흥법이 시행되는 10월28일 이전에 게임등위는 출범해야 한다.

따라서 10월1일 게임등위가 출범해도 조직운영이나 효율적인 심의 운영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촉박한 실정이다.때문에 이보다 늦춰진다면 게임등위는 사전 도상훈련도 하지 않은채 출범하는 셈이 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바다이야기’의 모든 비리 의혹을 명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그 못지않게 게임등위 출범도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예컨대 또다른 ‘바다이야기’ 사건을 막을 수 있는 파수꾼의 역할을 게임등위가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 발전의 모태가 될 수 있는 게임등위의 출범은 매우 중요하다”며 “자칫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될까 그것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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