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제조업체들이 ‘자국내 우선 출시’라는 관례를 깨고 새로운 평판TV(LCD·PDP TV) 제품군을 전세계에 일제히 동시 판매한다. 이는 평판TV의 주 격전장이 일본에서 세계시장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국기업과의 경쟁체제를 선언한 셈이어서 향후 일 업체들의 시장공략 향배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샤프·마쓰시타전기산업·히타치제작소·도시바 등 일 TV 제조사들은 일본내 평판시장 보급이 안정 기미를 보이며 성능 강화 쪽으로 바뀌자 세계시장에 눈을 돌려 신제품을 일본과 세계시장에 일제히 동시 공급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신제품을 보다 먼저 해외고객들에서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일 업체들은 내수시장 출시 후 2∼3개월 늦게 북미·유럽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는 전략을 취해 왔다.
샤프는 내달 1일부터 42, 46, 52인치 LCD TV 6개 모델을 미국·일본·유럽·중국 등지에 판매한다. 일본시장 판매가가 42인치 45만엔, 46인치와 52인치가 각각 50만엔·60만엔으로 책정됐다. 회사 측은 “올해 LCD TV 해외 매출 비율을 전년 대비 약 40%에서 6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샤프의 해외 동시 판매는 일본에서 패널을 보내 해외에서 조립하는 생산체제가 완벽하게 정비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선 멕시코에서는 LCD TV 모듈 생산거점을 건설해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또 중국과 현재 건설 중인 폴란드 공장 등을 합친 세계 5대 거점도 구축 중이다. 이로 인해 운송비를 절감하고 수주에서 생산·판매까지의 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일 업체 중 가장 먼저 지난 해 봄 세계 동시 판매를 선언한 마쓰시타는 지난 해 북미시장에 역점을 뒀고 올해는 유럽시장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PDP TV 연간 판매 대수 중 해외 판매 비율이 약 85%나 늘어났다. 이밖에 멕시코, 체코 등지의 조립 공장 생산능력도 2배로 늘렸고 지난 7월부터는 브라질 조립공장도 가동됐다.
이밖에 히타치제작소는 내년 여름부터 체코의 조립공장을 본격 가동해 세계 동시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며 히타치·마쓰시타·도시바가 공동 출자한 IPS알파테크놀로지도 내년 하반기부터 체코에서 LCD 모듈공장을 본격 가동시켜 현지 생산을 강화할 예정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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