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G 선점, 이젠 정부가 나설 차례다

 삼성전자는 8월 31일 제주도에서 개최한 ‘삼성 4G 포럼 2006’에서 세계 최초로 4G 기술을 시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속 60㎞로 달리는 차 안에서 풀HD급 동영상 2채널을 100Mbps 속도로 실시간으로 내려받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었다. 4세대(G)시스템에서 신호가 끊기지 않고 기지국 간 핸드오버에 성공하기는 처음이다. 4G 시연 장비는 또 정지상태에서 1 급 속도로 HD방송 32개를 동시에 여러 단말기에 전송하는 위력도 발휘했다. 삼성이 시연한 4G 이동중 전송속도는 3세대로 각광받는 WCDMA보다 무려 50배나 빠르다.

 이번 4G 기술개발 성공은 10년 전 우리가 신화로 기록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훨씬 뛰어넘는 개가라고 하겠다. CDMA는 원천기술을 전적으로 미국 퀄컴에 의존했지만 이번 4G는 원천기술까지 국내 기술진이 직접 개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세계 표준으로 채택된 3.5세대 무선인터넷 와이브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220여개의 4G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안에 4G 원천기술을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우리가 가장 앞서서 4G기술을 개발한 일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우리가 개발한 4G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채택될 때 얻게 될 막대한 경제적·산업적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국가 브랜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는 지난 80년대까지 ‘저임금 기반의 조립산업국’으로 고착돼 왔다. 90년대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CDMA 상용화 등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원천기술이 없는 기술후진국이라는 괄시를 받았다. 이번 4G기술 세계 첫 개발은 우리가 상용화와 더불어 원천기술에서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음을 전 세계에 입증한 것이다. 더불어 4G에서 상당히 앞서 있던 해외 기술을 도입하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로 승부를 건 삼성전자의 성공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 전략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2010년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4G는 내년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파수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의 세계 첫 4G기술 개발 성공이 세계 통신업계의 주파수 결정과 표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과 유럽연합·일본 등이 주도하는 기술표준화 경쟁에서는 주변국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우리의 제도와 환경마저도 4G는 물론이고 3.5G인 와이브로를 수용하기에도 뒤떨어져 있다. 4G는 광속의 속도와 인터넷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유선과 무선, 음성과 방송, 문자와 영상 등의 통합을 추구하는 데 비해 우리의 제도와 환경은 아직도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상품인 IPTV, 시내전화와 시외 전화의 결합, 유선과 무선의 결합 등이 지체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방통융합추진위가 활동에 돌입하고 통신상품의 결합을 허용하는 쪽으로 일보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해외의 발빠른 대응에는 물론이고 국내 시장이 요구하는 속도에도 크게 못미친다.

 이 같은 불투명한 국내 상황에서는 4G 기술 세계 첫 개발은 절반의 성공에 그칠 우려가 크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서로 다른 서비스 간 원활한 융합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루빨리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필수설비를 기준으로 역무를 수직적으로 구분해 규제해온 통신과 방송 전반의 제도와 환경을 수평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날 포럼에서 “차세대 이동통신을 준비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한국 정부는 강력한 IT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노준형 정통부 장관의 말이 빈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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