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PC시장이 곤두박질치던 시기, 삼보컴퓨터는 ‘체인지업’을 내놓으며 국내 PC시장에 돌풍을 일으킨다. ‘체인지업’은 구입 2년 뒤 무상으로 메인보드와 CPU를 업그레이드해 주는 일종의 ‘보장형 PC’로 국내 PC산업의 판매구조에 혁신을 불러왔다.
정철 몬도시스템즈 사장(47)은 삼보컴퓨터 부사장·사장을 거치며 이 ‘체인지업’을 진두지휘했다. PC산업에서 삼보컴퓨터의 흔적을 지울 수 없듯, 삼보컴퓨터에서 그의 공적은 빼놓을 수 없다. 주위에서 그를 국내 PC산업의 ‘기념비적인’ 인물로 꼽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런 정철 사장이 최근 또다른 ‘반란’을 꾀하기 시작했다. PC를 거실로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해 8월 삼보 직원 20여명과 함께 몬도시스템즈를 설립한지 1년만이다.
몬도시스템즈의 첫 작품은 ‘하이파이 디지털 미디어센터’. 본체·스피커·프로젝터로 구성된 하이파이 오디오다. 다만 PC처럼 미디어센터 OS에 CPU, HDD가 내장돼 있어 영화·음악·사진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도 연결된다. 말 그대로 ‘홈 미디어 센터(HMC)’인 셈이다.
정 사장은 “‘하이파이 디지털 미디어센터’는 CPU가 내장된 가전제품”이라며 “PC 아키텍처를 방에서 거실로 옮기는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몬도시스템즈의 3대 요소를 CPU, 인터넷, 콘텐츠라고 지적하는 정 사장은 이 일환으로 영화 배급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본체(주크박스)에 저장해 판매하거나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형태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내달 미국에서 개최되는 하이엔드 AV쇼인 CEDIA에 제품을 출품, 첨단 기술력 과시와 함께 유통망을 확보할 예정이다.
“CEDIA에 국내 업체가 참가하기는 처음일 것”이라는 정 사장은 “지금은 AV 마니아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향후 3년안에 가격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려 대중화시킬 방침”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이르면 내년 말경에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한국은 R&D기지화할 예정”이라며 “이 일환으로 모든 회계기준을 미국에 맞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국내 업체들은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후발주자로 따라가는 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주도하고 싶습니다. 주위에서는 저를 ‘너무 앞서간다’고 하지만, AV 마니아로서의 호기심과 경륜으로 미래를 점쳐보고 싶어요. 일종의 도전인 셈이죠.”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