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통신시장 지속성장과 결합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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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국면을 맞은 국내 통신시장의 성장 유지 방안은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책기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기술 및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상황에서 공정경쟁의 실현에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둬 지나치게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신규 사업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사업자들의 유연성을 낮추기 때문에 전체 통신시장의 성장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통신산업의 성장동력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기업의 의욕과 유연성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기술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사업자의 기술적 선택을 제한해 오히려 사회후생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결합서비스의 규제 완화는 이러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쿼드러플플레이서비스(QPS) 등의 흐름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부문에 방송사업자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통신사업자의 방송 부문 진입도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기통신 역무 중심으로 정립돼 있는 결합서비스 규제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결합서비스에 대한 정책 개선을 추진중이며, 올해 안으로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는 제도가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이며, 이용자 및 사업자에게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남은 관건은 제도의 개선방향이다.

 첫째,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결합판매에 대한 규제는 지난 2004년 3월 개선된 바가 있었다. 고시를 근거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한 전기통신 역무의 결합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근거해 이용자의 이익저해 여부를 기준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이해가 대립되는 가운데 정부는 결합판매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를 시도했지만, 산업활성화 및 이용자 편익제고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었다는 평가다.

 이번에는 통신사업자에게 다양한 상품개발 및 판매로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용자 역시 요금할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규제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규제완화 추세를 고려해 약탈적인 요금 제한 정도의 최소화된 기준을 제외한 모든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해야 한다. 결합판매에 대한 유인책은 사업자는 생산원가 및 판매비용을 절감하고 이용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현재 이용자들의 통신 관련 지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신비 부담은 통신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합서비스의 활성화는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정체된 통신산업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며 정부의 규제 개선노력은 이러한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셋째,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결합판매는 전기통신역무 간의 결합이다. 굳이 통합(integration)·융합(convergence)이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고 다른 역무와 결합판매가 제공되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결합판매의 범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규제기관의 관할 영역이 구분된 상황에서 다른 관할기관에 속한 서비스와 상품을 포함시키는 것은 갈등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하고, 새로운 규제체계의 정립 작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결합판매의 범위를 새로 형성될 시장을 고려해 재정립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무릇 정책은 정책방향의 선언적 측면에서 미래지향적 통찰력으로 예측 가능토록 추진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현명한 지향점일 것이다.

 ◇이덕희 한국정보통신대 교수 dhl@i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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