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다 `뚫고 우주로 나아가자

 민·군 우주시대 동시 개막을 알리는 경사스러운 무궁화 5호 발사 성공 소식은 하필 ‘바다이야기’에 가려 국민의 관심을 채 끌지 못한 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우주시대 개막을 선포해야 할 24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회의도 갑작스러운 사행성 게임장 관련 관계장관 회의로 얼룩져 버렸다. 이날 이후 무궁화 5호는 국민의 관심에서 송두리째 멀어졌다.

 김우식 과기부총리는 25일 열린 한국정보산업연합회 CEO 포럼에서 “퓨전기술 지원 차원에서 내년에는 우주기술 특성화에 힘쓸 방침”이라며 다시 우주 개발의 불씨를 지피고 나섰다. 김 부총리는 “내년에 우주인·로켓·위성사업 등을 총괄하는 국 단위 조직을 과기부 내에 만들 것”이라고까지 말해 확고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아리랑 2호에 이어 무궁화 5호 발사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를 열겠다는 게 과기부와 국과위의 계획이었다. 바다이야기로 실종된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든 다시 살려보겠다는 부총리의 눈물겨운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주개발은 21세기를 여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명이다. 세계는 이미 디지털 컨버전스 경쟁과 함께 치열한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자원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주는 아직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자원의 보고이자 세계 강국들의 과학기술 격전장이다. 20세기까지 강국의 조건은 석유와 자동차였지만 21세기에는 통신과 우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주개발은 자원뿐 아니라 산업과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우주개발은 최고난도의 첨단 기술과 산업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21세기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탄생배경도 국방과 우주 관련 기술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한강의 기적과 1990년대의 정보통신 혁명으로 힘겹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지만 갈수록 후발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소위 브릭스 중에서도 친디아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은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경쟁에서는 우리가 다소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다. 더욱이 우주개발 경쟁에서는 위성체는 물론이고 발사체·로켓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현격히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는 외나로도 해안 150만평에 짓고 있는 우주센터에서 내년 10월에야 우리의 발사체와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지만 중국은 지난 70년, 인도는 지난 80년에 각각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했다. 인도는 우주개발 예산이 5억달러로 우리의 4배 이상이다. GDP 대비 우주개발 예산 비중에서도 중국은 0.094%로 우리의 0.02%의 5배에 가깝다. 중국은 순수 민간용 우주개발 예산만 우리와 비슷한 규모를, 이웃 일본은 우리의 10배에 달하는 예산을 우주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정보기술(IT)·문화기술(C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 등이 10년·20년 후의 먹거리라면 우주개발은 30년·60년 후의 미래다. 우주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육성과 지원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가 말 그대로 동북아의 소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지탄을 받는 바다이야기와 관련된 정부 정책 실패와 비리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지만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우주 개발 불씨마저 사그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 후손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암울한 ‘바다’를 뚫고 무궁화 5호처럼 우주로 힘차게 나래를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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