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게임등위 출범 어떻게 되고 있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분리돼 새롭게 출범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등위)’의 설립 시점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직운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산도 배정받지 못해 파행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강력한 규제방침으로 인해 아케이드 게임분야의 경우 이렇다할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상당기간 혼란이 예상된다.

관련업계에서는 그동안 ‘게임등위’의 설립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만큼 기대도 컸다. 지금까지 게임물에 대한 심의를 담당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산업 패러다임의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에 게임등위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게임등위의 설립일인 10월1일에 불과 40여일을 앞두고 있지만 윤곽마자 드러나지 않고 있어 업계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문화부는 ‘게임등위’ 설립과 관련 지난 7월말 TFT를 구성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TFT가 구성되기 이전에 이미 게임등위의 핵심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공청회를 마무리한 만큼 빠르게 게임등위 설립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하지만 문화부가 최근 잇단 내홍을 겪으면서 게임등위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유진룡 차관의 사퇴와 사행성 게임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문화부가 게임등위 설립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데 더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아직까지 예산처로부터 게임등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음에 따라 게임등위의 설립을 위해 필요한 조직구성 등 시스템 구축에 엄두를 못내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진행될 후속 사업들이 올 스톱 상태다.

업계에서는 “10월1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출범시기를 미뤄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문화부가 게임등위 설립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부는 이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게임등위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언급할 입장에 있지않다”고 말을 아꼈다.문화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대한 공청회 결과를 토대를 최종 시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그 시안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술심의 문제에 대해서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여부를 놓고 장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문화부 한 관계자는 “기술심의가 현재로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기술심의를 해야 할)시기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폭력성, 선정성 등의 세부 기준에 대해서도 문화부는 여전히 의견 수렴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업계가 게임을 개발할 때 지침이 되는 항목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의견을 수렴하고 난 후 곧바로 입법예고를 통해 공지한 후 시행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업계는 게임등위가 과거 영등위의 속성을 그대로 답습하는것 아니냐는 점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산업중심인 업계의 의견은 잠재우고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목소리만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중 실무위원회 등이 선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은 따로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고 사행성을 근절하기 위해 위원회의 50% 이상을 시민단체에 할당해 달라는 청소년 보호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문화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부 기준안에 있어서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문화부는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이에대해 문화부가 당초 게임등위를 설립할 당시의 취지로 돌아가야 할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만든 게임등위가 역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단체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등위가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업계는 게임등위 설립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시스템과 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현재 문화부는 10월1일 게임등위 출범 일정을 밝혔고 지난 당정회의에서는 더 앞당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시스템과 운용보다는 형식을 갖춘 후 내용을 수정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는 그러나 확실하게 모양새를 갖추고 출범해도 늦지 않다며 시스템과 운용의 투명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오는 10월28일 관계법령 시행과 동시에 게임등위를 출범시켜야 하는 정부측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허술한 집을 지어 비를 피하려 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정부는 이 기회에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 우선 일정에 맞춰 출범부터 시켜놓고 보자 식의 행정은 전형적인 보신행정"이라고 말하고 " 한번 집을 지어놓으면 다시 리모델링 하기가 쉽지않다"며 일정에 맞춘 짜맞추기 게임임등위의 출범을 경계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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