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기자의 몸소 체험기]불량피구-상식을 넘는다

게임명: 불량피구

개발사: 손노리

서비스사: 그라비티

장르: 스포츠

서비스형태: 클로즈베타테스트

권장사양 : 펜티엄 4 1.8 GHz, 512RAM

‘불량피구’는 “제목 한번 잘 만들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무늬는 피구지만 기본 룰만 지킬 뿐, 온갖 엽기적인 플레이와 폭력이 난무한다. 대전격투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최종 필살기 ‘마구’는 도저히 피구로 볼 수 없을 정도다.

제목 그대로 불량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게임계에서 모범이든 불량이든 문제 삼진 않는다. 다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로 가치판단의 기준을 삼는다. 결론적으로 ‘불량피구’는 콘솔이라면 합격이지만 온라인이라서 고민되는 게임이다.

`불량피구’는 손노리가 제창한 온라인콘솔플랫폼 ‘스타이리아’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다. 하나의 캐릭터로 여러 개의 캐주얼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컨셉트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유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여름 대목 시즌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 관계자들의 인상을 구기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커뮤니티의 부재와 온라인게임답지 않은 플레이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불량피구’ 역시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 게임에 접속하면 우선 스타이리아로 연결되고 캐릭터 선택과 동시에 ‘불량피구’로 접속할 수 있다. 서버로 들어가면 로비가 나타나고 각종 설정과 옵션 등이 보인다. 방을 만들거나 입장하면 최대 3대3, 총 6명까지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불량피구’의 인터페이스와 색감은 깔끔하며 손노리 특유의 익살스러운 느낌이 강조돼 있다.

플레이는 사이드에서 중계방송하는 시점으로 진행되고 유저는 캐릭터 2개를 컨트롤할 수 있다. 캐릭터가 2개인 이유는 상대편 진영 바깥쪽에 위치한 아군의 존재 때문이다. 이들 아군은 원래 피구의 규칙상 공에 맞아 아웃됐을 때 정해지는 포지션이지만 불량피구는 이러한 룰을 무시한다.

처음부터 상대편 진영 사이드에 아군 캐릭터를 위치시키고 서로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덕분에 빠르고 격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이드의 아군 캐릭터는 활동폭이 좁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 보단 보조의 개념이 강하다. 조연으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역할의 수위가 잘 조절돼 있다.‘불량피구’는 발차기가 가능하다. 피구에서 도대체 왜 발차기 동작이 포함됐는지 묻지 마라. 이 작품은 불량하기 때문이다. 발차기는 너무나 유용한데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게임의 성격까지 변질시켜 놓았다.



이 동작의 원래 목적은 땅에 떨어진 공을 발로 차서 곧바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었으나 상대 캐릭터를 직접 가격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몸싸움을 벌이거나 공 다툼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발차기가 나간다. 공중에서 낙하하며 발차기를 날리면 상대방은 많은 타격을 입고 나가 떨어진다. 거의 격투게임 수준이다.

또 원래 피구는 바닥에 그어진 선을 넘으면 안되는 대단히 엄격한 스포츠지만 ‘불량피구’는 이를 가볍게 무시한다. 발차기나 공을 던지기 위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행위를 관대하게 봐준다. 그러다 보니 플레이는 혼잡하고 어수선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개발진은 개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도 많이 걸어 놨다.

하지만 ‘불량피구’의 불량한 정신에 입각했기에 모범생 피구 플레이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필살기를 넘어선 마구다. 일정한 게이지가 쌓이면 필살기를 던질 수 있는데 번개나 불 등 엄청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그런데 마구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마구가 발동되면 화면에 화살표가 나타난다. 이를 타이밍에 맞춰 키보드의 화살표 키를 눌러야 한다. 그러면 마구가 성공되면서 동영상으로 넘어가 요란한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다음으로는 실제 플레이 화면으로 상대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을 느긋하게 감상하게 된다. 마구에 공격을 당하면 피하기가 극히 어렵고 전체 체력의 70%가 감소된다. 마치 ‘철권’의 10연타 콤보와 다름없다. 이러한 마구는 격투게임과 피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불량피구’는 전체적으로 매우 잘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콘솔게임이라면 이 작품은 큰 인기를 끌며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조작이나 플레이, 그래픽 등 모든 시스템과 설정이 패키지에 가깝다.

온라인의 냄새는 상대방과 채팅을 하며 주고 받는 다양한 대화에서 나타날 뿐이다. 대결이라는 구도는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되야 하고 유저들의 모임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좋은 동접을 유지할 수 있다. 한판이 끝나면 그걸로 ‘안녕∼’ 하는 시스템은 캐릭터에게 아무리 롤플레잉 요소를 삽입해도 동기부여가 약하기 마련이다.

조작이 다소 복잡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아무래도 각종 묘기를 선보여야 하기에 유저가 기억해야 할 키가 여러 개다. 콘솔이라면 복잡한 차원에도 안 들지만 이것은 온라인게임이고 캐주얼게임이다. 방향키 외에 3개 이상 추가되면 어렵다고 느껴지는게 일반적이다. 조작도 단순하지 않아 타이밍과 조합까지 뒤따른다면 더욱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불량피구’는 참신한 소재를 나름대로 독특한 성격으로 소화시킨 우수한 작품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개발진의 고민이 더욱 절실하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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