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어로크 시장 `쟁탈전`

 1000억원 규모의 국내 디지털 도어로크 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업체간 경쟁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저가 제품 난립으로 가격질서가 무너지는가 하면, 유사 기술 등장에 따른 특허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만원 미만 중국산 저가 디지털 도어로크가 속속 선보이면서 올 초 18만원대(보조키)이던 디지털 도어로크 평균가격이 15만원선까지 하락했다. 손잡이가 있어 문을 바로 열 수 있는 주키 방식도 30만원대에서 현재 27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가격인하뿐 아니라, 식기세트나 문고리 등 사은품을 증정하는 경우도 많아 실질적인 가격하락폭은 훨씬 크다”며 “특히 중국산 및 중소 전문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는 시장에 웅진과 같은 대기업이 최근 가세해 적잖은 파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납품 가격도 20% 이상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계열사나 설비 납품업체들까지 참여해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심지어는 백지어음을 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서울통신기술이 이 달 초 사용할 때마다 암호가 바뀌는 변동 ID방식을 채용한 ‘이지온’ 디지털 도어로크(모델명 SHS-1010)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변동 ID방식이 경쟁사인 아이레보가 보유한 플로팅 ID 특허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허공방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그간 아이레보가 특허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부분이 크다”며 “이르면 금주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디지털 도어로크 시장이 매년 25% 교체수요를 비롯, 기축과 신축을 포함해 연간 80만가구 이상이지만 보급률이 45%를 넘는 ‘포화 시장’이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신축 아파트 물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따라 디지털 도어로크업계에서는 아파트와 별도로 책상서랍·금고·상가·오피스·일반주택 등으로 시장을 다양화하는 한편, 홈네트워크와 연계한 네트워킹 도어로크 및 생체인식 시큐리티 솔루션들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나 시장 초기단계로 제약이 많은 실정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외부 전기충격으로 잠금이 열리는 해정기 사건으로 디지털 도어로크 구매가 줄어든 상태에서 업체간 대립각을 세울 경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업계 공동의 자성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