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사업화’가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특히 지난 ‘벤처 붐’ 당시 개발됐던 수많은 아이디어 기술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면서 기술 이전·사업화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됐다.
그래서인지 정부 각 부처에는 기술 이전·사업화와 관련된 법령 그리고 추진 사업이 셀 수 없이 많다. 한국기술거래소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자원부에만도 대표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전촉진법을 비롯해 산업발전법,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산업기술개발사업운용요령 및 관리지침 등에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다. 또 과학기술부의 기술개발촉진법, 과학기술진흥법,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 정부 연구개발(R&D) 관련 운용 요령 및 관리지침 그리고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본법,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 정보화기술개발관련 운영요령 및 관리지침 등에도 유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전촉진법이 대표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각 부처에 유사한 법이 흩어져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이 이렇게 많다 보니, 사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산자부의 신기술실용화사업, 신기술창업보육사업 △과기부의 기술이전컨소시엄지원사업, 이전기술연구개발지원사업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중소기업이전기술실용화사업 △정통부의 기술이전사업화촉진사업 △특허청의 특허기술실용화지원사업 등 정부가 2004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개 부처에 20가지 관련 사업이 존재한다.
이들 법과 사업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법에는 그 나름의 역할과 기능이 있듯이 각 법에서 기술 이전 및 사업화의 필요에 따라 관련 조항을 만들고 사업을 펼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들 법과 사업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부처의 여러 근거법에 의거해 사업이 개발되다 보니 추진기관이 다양하고, 자칫 예산 낭비 및 업무 비효율로 연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사업은 부처 밑의 배타적인 산하기관들을 통해 관리와 운영이 되고 있다”며 “아무리 범 정부 차원에서 관리한다고 해도 각 부처의 고유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종합관리가 쉽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자부가 연내 개정을 목표로 추진중인 ‘기술이전촉진법(개정법명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각 부처에 산재한 관련 법과 사업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킬 계획이라는 점이다. 개정 법안에는 산자부에 기술이전사업화정책심의회(위원장 산자부 장관)를 설치, 기술 이전·사업화 관련 중요시책의 협의·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기술이전심의회 역할에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양동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도 범 정부 차원의 기술 이전을 위해 통합 DB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됐으나 각 부처에서 링크만 할 뿐 DB를 직접 제공하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사례가 있다”며 “기구만 설치할 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경우 각 부처는 협조에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부처별 기술이전 및 사업화 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