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해법은 사업 다각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반도체 산업의 기대주로 떠오른 국내 주요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업체들이 성장통 극복을 통한 제2 도약기반 마련에 분주하다. 1단계 성공을 거둔 국내 대표 팹리스업체는 사업다각화·자산규모 확대·나스닥 진출 등을 ‘고속 성장가도’ 재진입의 동력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올 초까지만 해도 고속성장을 지속해 매출 1000억원대의 회사가 속속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했다. 텔레칩스와 피델릭스·EMLSI 등이 지난해 하반기 월 매출 1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면서 올해 1000억원 클럽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미 2년 전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을 제외하고는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업체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아로직도 올 초 2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2000억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목표를 낮춰 잡았다. 엠텍비젼도 올해 지난해보다 적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달성하겠지만, 기록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왔던 그동안의 성적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이민영 ITSoC협회 팀장은 “20∼30개 주요 팹리스업체 실적을 집계중”이라며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성장률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팹리스 업체 성장세가 주춤하는 이유로 전반적인 경기침체보다는 한 품목에 전념하는 중소기업형 사업구조를 꼽았다.

 그동안 밀착 대응을 무기로 한 아이템으로 국내 완성품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함으로써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 고객과 아이템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사업 다각화 등이 꼽히고 있어 업체는 사업영역 개척이나 투자금 확보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의 한계를 고민하는 팹리스업체가 가장 먼저 대안으로 찾은 것은 신시장 개척이다.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을 위한 새 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기업용 시장에 한정돼 있던 사업 분야에서 가전이나 휴대폰과 같은 소비자를 겨냥한 분야로 확대하기도 했다.

 보안장비용 영상신호 처리 칩을 전문으로 해온 넥스트칩과 에이로직스는 가전용 반도체 업체로 변신을 준비중이다. 넥스트칩은 캠코더용 영상신호 처리 칩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말 디지털TV용 칩을 개발할 예정이며, 에이로직스는 UWB 1.2 규격 제품을 내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코아로직은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 사업 중심에서 적용 분야를 PMP와 MP3플레이어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중이며, 텔레칩스는 MP3플레이어 중심에서 휴대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텔레칩스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DVB-H용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도 개발중이다. 엠텍비젼도 멀티미디어 전문에서 차세대 인터페이스 디바이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팹리스업체는 고속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팹리스업체가 시도하는 방법은 기업공개다. 최근 사업확대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에 등록한 티엘아이에 이어 아이앤씨테크놀로지와 칩스앤미디어 등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팹리스업체는 먼저 국내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한단계 도약한 뒤 이를 기반으로 나스닥 진출하는 것도 계획중이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팹리스업체가 단기간에 성장하는 방법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M&A밖에 없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제대로 된 M&A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자산규모 키우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