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 설비투자 부진 두고만 볼건가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에서 비IT산업은 작년보다 38.7%나 늘어나는 반면에 IT산업은 6%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산업은행이 최근 1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산은이 조사한 기업은 산업별 간판기업들인데다 이러한 IT산업의 설비투자 감소율은 연초 조사 때의 2.2%보다도 3.8%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투자 감소율 3.8%에 비해 감소폭이 높은 것이어서 경기둔화 현상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마저 든다.

 IT 제조업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확대 재생산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IT기업은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설비투자가 부진하면 무엇보다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그만큼 경기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나마 비제조업에 속하는 전기 업종은 발전·송전 부문 투자확대로 16% 정도 증가하고, 통신서비스은 와이브로·고속하향패킷전송(HSDPA)·VoIP 등 신규·대체 서비스를 위한 활발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작업으로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21.8%나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수익성이 전제되거나 필요한 투자만 하겠다는 의미로 보일 뿐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걱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환위기의 주요인이 됐던 과잉투자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잉투자가 정리되고 난 다음 새로운 투자가 부진한 것이 문제다. 우리가 제조부문 IT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 특히 2년 연속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IT산업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산업은행의 분석처럼 반도체·LCD 등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데다 최근 들어 IT기업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탓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국내외 경기 불투명에 따른 기업 경영의 보수화, 갈수록 심해지는 반기업 정서의 확산 때문이다. 투자부진 원인을 행정규제나 정치적 불안에서 찾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이 돈을 벌 만한 사업을 찾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이 상식이다. 산업의 IT화로 투자 결정과 성패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등 투자 위험이 커지는 바람에 기업들의 투자 자세가 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뀐 탓도 있다.

 IT 제조기업의 설비투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키우는 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용이나 산업의 연관효과 등을 고려하면 IT 부품소재 중심의 중소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6%를 맡고 있으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에 이를 정도여서 한국경제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의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열매가 풍성해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려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정책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잔뿌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기업의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고용 안정·확대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이번 조사에서 내수 중심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잘 말해준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활성화할 정부정책이 필요하다. IT기업도 스스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주변 여건을 탓할 게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며 기술개발과 제품차별화를 통한 신제품의 개발 및 시장개척에 노력하는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의 회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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