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들자]2부:국내 산업 토양을 바꾸자①제도·정책 변화

Photo Image
지난해 11월,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2010게임산업 전략위원회’. 앞으로 좀 더 압축적인 조직 변화로 발빠른 정책 생산이 요구된다.

올해는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가는 역사적 길목이다.

 올해 초 우리나라는 헌정 사상 최초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진흥법)’을 마련했다. ‘놀이’라는 인식 수준에 머물러있던 게임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 산업 육성을 정부 역할로 삼는 최초의 입법인 셈이다.

 법이라는 제도 차원의 최고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한국 게임산업은 그동안 주먹구구식 정책과 이전투구의 시장 환경을 넘어 세계적 수준으로 커나갈 수 있는 ‘첫단추’는 뀄다.

 정부 입법 형식으로 이뤄진 ‘게임산업진흥법’은 게임산업 발전 및 육성을 위한 주무부처의 의지가 얼마나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책이 ‘진흥’ 중심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온라인게임물 이중심의 문제가 터졌을 때 정책기조와 여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문화관광부와, 지금 ‘게임산업진흥법’을 만들어낸 문화부는 적어도 산업을 대하는 시각에서 만큼은 180도 달라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오는 10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 효과의 핵심이 될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전문성·객관성·산업적 안목을 균형적으로 갖춰야만 하는 게등위가 영등위 수준을 되풀이한다면 ‘게임산업진흥법’ 입법 취지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게임업계가 게등위에 거는 기대감은 절대적이다.

 정부가 벌이고 있는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 아이템 현금거래 논란 등으로 인해 ‘게임산업진흥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누더기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행성 게임 관련 규제 조항이 들어간 ‘법 개정안’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슬그머니 원래 정하고 있는 진흥 규정에 흠집을 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행 규칙이나 세부령도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도 결코 일관성 있는 법 시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행성 게임은 일단 정부가 가진 공권력과 행정력 등으로 1차적 기반 척결을 이뤄낸 뒤 사회에 다시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 뒤 점진적인 개정 작업으로 진행해도 될 것이다.

 이같은 법·제도 변화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게임산업 관련 부처 및 산하 기관의 정책·지원업무에 대한 교통정리다. 게임업계는 해묵은 일이지만 올해 만큼은 분명한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된 후에도 이전과 똑같이 문화부-정통부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고, 게임산업개발원과 소프트웨어진흥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이 아무리 산업 진흥을 외치더라도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시의적절한 정책 마련을 위해 민·관 합동의 ‘게임산업 국가포럼(가칭)’을 구성·운영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0게임산업전략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됐지만, 너무 방대한 조직 성격과 거창한 비전 중심의 정책으로 커다란 실효성을 거두진 못했다.

 정부·기관·학계·소비자 등을 망라하지만, 위원회가 아닌 포럼 규모의 타이트한 조직을 만들어 상설 운영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10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을 전후해 같이 출범시켜 운영한다면 초기 법 정착과 정책 생산에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 대표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이 ‘변화의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고비도 있지만,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낼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변화 앞에서 당당히 새로운 물길을 낼 수 있어야 한국 게임산업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기고-김영만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부모님께서는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솔직히 부모님께서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십니다. 게임에 대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시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얼마 전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 때 주고 받은 대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현대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인터넷과 PC보급이라는 양날개로 집중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PC에 친숙하지 못한 기성세대는 자연히 게임으로부터 거래감을 갖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 게임산업의 규모는 날로 커지면서 새로운 미래형 산업으로서 가능성을 한껏 뽐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성장 한계도 분명히 가진 이중적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게임의 근간이 되는 원천 콘텐츠 산업이 아직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각종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국내 게임시장 진출은 이미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 닥친 숙제다.

 구조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게임이 선정성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늘 동네북이 되는 것이 게임이다.

 또 청소년들의 학업 시간에 대한 우려와 최근 도박을 목적으로 한 사행성 PC방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게임 산업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업체들은 올해 주력 목표를 대국민 게임산업 인식 제고에 맞추고 관련 사업을 전개중이다. 게임의 교육적인 순기능을 널리 알리고, 현장 교육에 활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게임산업진흥법을 만들고,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게임 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산업이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속에 우뚝 선 것처럼, 게임 산업 또한 이러한 정책적인 지원과 자정 노력을 통해 어엿한 미래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자신한다.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국내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문화 산업의 한 축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미래를 우리 몫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성 만을 고려한 상업적인 내용이 아닌 건전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정부는 세계적인 퍼블리싱 회사와 우수한 개발진의 육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게임 산업의 전문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내 게임 산업의 규모와 질이 함께 성장했을 때 만이 한국 게임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세계적인 게임강국,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ymkim@hanbi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