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유방을 도와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제압하고 한 왕조를 건국한 일등공신 장자방은 인재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제갈 량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얻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는 삼척동자까지도 알고 있는 일화다. 국가나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정부 못지않게 중요해진 현대에 와서는 기업들의 인재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세운 잭 웰치 전 회장의 인재 지상주의는 오늘날 기업 경영의 표상이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고 선언, 10여년 만에 삼성을 세계 최정상의 회사로 만들었다.
글로벌 경쟁체제에 직면한 우리 기업도 인재 양성을 위해 직원 재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온라인 채용업체인 인크루트가 289개 국내 기업을 조사한 결과 52.6%가 사원 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85.5%가 사원들의 재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은 아직 인재 경영에서 여전히 한 걸음 비켜나 있어 걱정스럽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재직자의 훈련인원은 242만명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e러닝으로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소·벤처기업들이 적용 대상인 근로자수강지원금 제도 혜택을 받고 있는 e러닝 강좌 신청자수는 첫해인 지난해에 전부 합쳐 5000명이 채 안됐다는 집계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 한해 수준을 조금 넘는 5200명으로 나타났다. 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중소기업 종사자(2004년 기준)가 1000만명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총 162만명에 불과한 대기업 종사자가 일년에 한 번 이상 재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들의 직원 재교육 투자가 저조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벤처를 경영하는 CEO들은 한결같이 “직원을 재교육시키려 해도 여유 인력이 없어 교육파견 시 업무가 마비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은 재교육에 투자할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중소·벤처기업들의 직원 재교육 소홀은 어디까지나 경영자의 인식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e러닝 근로자수강지원금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직접 교육장에 가지 않고서도 틈틈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e러닝 프로그램이 얼마든지 있다. e러닝 강좌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들에 정부가 교육비를 환급해 주는 근로자수강지원금 제도 적용대상이 됐다. e러닝은 부족한 여유인력과 자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더없이 좋은 직원 재교육장인 셈이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 중 직원교육에 e러닝을 도입한 곳이 30.4%나 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은 절반 가까운 48.7%가, 직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에선 66.6%가 e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정작 e러닝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해야할 중소·벤처기업은 여전히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벤처 기업도 지난해 기준으로 창업 5년 이상된 기업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초기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창업단계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조직화와 직무의 전문화가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인재 유치에서 대기업에 비해 현격하게 불리한 중소·벤처기업은 재교육을 통해서라도 내부 인재를 양성해 내지 않고서는 이를 담보해내기 어렵다. 재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중소·벤처 기업가들의 각성과 관심,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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