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 한번 살려봅시다.”
용산전자단지를 살리기 위한 ‘용산2010 프로젝트’ 조인식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용산전자상가 내 나진전자월드 세미나실. 용산 4만여명 상인을 대표하는 상우회 회장들의 표정엔 마치 출정을 앞둔 전사처럼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용산전자단지가 만들어진 후 상우회 대표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마 20여년 만에 처음일 것입니다.” 이덕훈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오늘은 용산이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사실 용산전자상가에는 전자랜드·나진·원효·선인·아이파크몰 등 상가별로, PC·가전·휴대폰 등 품목별로 상우회가 22개나 결성돼 있지만 그동안 ‘따로국밥’이나 마찬가지였다. 생업에 바빠 다른 건물, 다른 업종 상인과는 대화가 단절되다시피했다. 이날 처음 인사를 나눌 정도로 서먹했던 상우회 회장들이 일제히 조인식에 참가한 것은 그만큼 용산단지 침체의 골이 깊다는 방증과도 같았다. 몇몇 상우회는 이날 조인식 참가에 앞서 아침부터 임시이사회 등을 열고, 프로젝트 성공의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열의를 반영하듯 이날 조인식은 예정 시간을 40여분이나 훌쩍 넘기고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조인서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으로 끝내는 여느 조인식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먼저 상인들이 변해야 한다’ ‘시설주와 관계 당국을 어떻게 동참시킬 것인가’ ‘상인들 간 공감대는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등. 여러 현안이 즉석에서 토론에 부쳐지기도 했다.
“문제는 용두사미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이벤트는 많았지만 구호에 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초창기부터 20여년 동안 용산전자단지를 지켜온 강평구 나진전자상가 17·18동 상우회장은 혹시 이번에도 구호만 요란한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상인 스스로 변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유종희 전자타운 상우회장은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고, 확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상우회와 상인들이 뭉치면 용산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용만 전자랜드부품 상우회장도 “상우회뿐만 아니라 시설주까지 동참해 용산단지가 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며 “앞으로 상우회장 모임을 정례화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내빈으로 참석한 우용균 용산구청 지역과장은 “용산상가 활성화는 구청의 핵심 사업”이라며 “도로 확충, 문화시설 조성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동참 의지를 밝혔다.
최근 전자신문에 보도된 ‘용산2010 프로젝트’ 소개 기사에 붙은 인터넷 댓글도 화제에 올랐다. 전자신문 보도가 나가자 용산 상인들의 불친절, 바가지 등 비정상 상행위에 대한 네티즌의 비판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용팔이’라고 욕합니다. 아무리 거창한 시설투자나 환경개선을 한다 해도 상인들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경고인 셈이죠. 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조인식을 마친 뒤 뒤풀이를 겸해 가진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상우회장들은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목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얼굴이 상기되기도 하는 식의 토론은 식사가 끝난 뒤 생업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이어졌다. 용산의 ‘문화혁명’이 시작됐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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