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9)해외 성공기업에서 배운다②와우위-엔터테인먼트로봇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로봇을 판매한 회사는 어디일까. 산업용 로봇의 명가인 일본 파낙? 청소로봇 룸바를 만든 아이로봇? 로봇의 범주에 지능형 완구(토이로봇)를 포함한다면 단연코 홍콩의 완구업체 와우위(WowWee)가 세계 제일의 로봇 판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와우위는 지난 2004년 이족보행로봇 로보사피엔을 출시해 2년만에 200만대를 판매하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두 발로 걷는 로보사피엔의 인기비결은 대당 70∼8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도 뛰기, 걷기, 물건들기, 춤추기 등 100여개 이상의 동작을 할 수 있다는 점. 와우위는 이듬해 토이로봇사상 가장 진보한 기능을 갖춘 이족보행로봇인 ‘로보사피엔 V2’를 출시했고 로봇공룡인 로봇랩터(RoboRaptor) 시리즈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세계완구시장에 로봇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사실 토이로봇의 원조를 꼽으라면 지난 99년 일본 소니가 개발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아이보는 판매가격이 2000달러를 넘는 기술과시용의 기획상품이었기 때문에 매출효과가 미약했고 시장에서 트랜드를 유지하는데도 실패했다. 반면 와우위는 철저하게 완구업계의 시장논리에 맞추면서도 토이로봇이란 신규분야의 파이를 키우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완구생산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전자식 완구를 제조하던 와우위는 지난 2000년 미국계 완구회사인 하스브로 산하로 흡수됐다. 하스브로는 세계 1위의 거대 완구그룹으로 지난해 매출규모가 31억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와우위가 평범한 완구업체에서 세계적인 토이로봇 전문브랜드로 올라선 계기는 모기업의 지원보다 지난 2001년 영입한 천재 로봇과학자 마크 틸던의 역할이 더 결정적이었다.

뉴질랜드 태생의 마크 틸던은 간단한 아날로그 부품으로 곤충의 행동을 모방하는 신경망로봇 ‘로버그(Robug)’을 개발해 로봇공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이후 나사(NASA)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근무하며 엘리트 코스를 달리던 그는 어느날 엉뚱하게도 싸구려 장난감을 만드는 와우위에 입사했다. 마크 틸던은 그 곳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려 최소한의 부품만 사용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놀랄만한 성능의 로봇완구를 수십종이나 개발했다. 대박상품인 로보사피엔의 경우 실제 작동하는 모터는 단 7개 뿐이지만 안정적인 이족보행과 수십가지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하고 있다. 또 후속제품인 V2은 총 12개의 모터가 장착돼 전작보다 동작이 더욱 자연스럽고 음성, 시각센서까지 장착돼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세계 토이로봇시장을 정복한 마크 틸던은 이제 로봇과학자로서 본격적인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창의력이 와우위의 막강한 자본과 만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지능형 로봇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와우위가 만든 로봇들은 천재 과학자의 비전과 완구업체 특유의 뛰어난 기획력, 대기업의 자본력이 합쳐서 나온 걸작품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로봇들의 엉성한 마무리, 창의성 빵점인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로봇제품과 비교할 때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지원 없이도 새로운 로봇시장을 개척한 와우위의 성공사례는 분명 연구할 가치가 높다.

◇지능형 로봇 미래 제시=지난 CES에서 선보인 와우위의 차기 제품들은 마크 틸던이 꿈꾸는 지능형 로봇의 미래를 제시하는 신선한 컨셉트로 세계 로봇업계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스코티(SCOTY):다음달 미국에서 대당 400달러에 출시될 홈네트워크 로봇제품이다. 와우위와 필립스가 공동개발한 이 제품은 거실에서 주인의 음성명령에 따라 가전제품을 작동하고 침입자를 감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본체를 구성하는 6개 전광판이 각각 색상을 바꾸며 주인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효과도 뛰어나다.

*피봇(PEABOT):세계최초로 두 바퀴로 균형을 잡는 세그웨이 기술을 채택한 가정용 로봇. 사람보다 날쌔게 움직이는 기동성이 최대 장점이다. 머리 부분에는 감정을 표시하는 LCD도 있다. 로봇의 등에 맥주캔을 넣을 수도 있어 실내에서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성탄절 시즌에 맞춰 대당 240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RS 2 미디어:연말경에 출시할 3세대 로보사피엔 제품으로 SD카드를 끼워서 주인이 입력한 동작과 성격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마크 틸던은 로보사피엔스 후속작의 덩치를 계속 키워서 수년내 아시모급의 첨단 이족보행로봇을 전세계 로봇매니아들에게 판매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인터뷰-마크 틸던 연구소장 

-저명한 로봇과학자로서 완구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나사에서 고작 한두대의 실험용 로봇개발에 매달리는 생활이 너무 따분했다. 하지만 완구업계에선 수백만대의 로봇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소니의 아이보는 훌륭한 제품이지만 너무 비쌌지 않은가. 나는 토이로봇을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완구업계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

△토이로봇의 상품성은 가격이나 기술력 못지않게 사회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로보사피엔은 완구로서 비싼 편이었지만 고객층의 50%가 구매력이 높은 성인이었기 때문에 대박을 거뒀다. 로봇이 아동용 완구가 아니라 얼리어답터의 관심을 끄는 첨단제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 때문이다.

-하이테크 토이로봇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 것 같나

△완구업체들은 오래전부터 값싼 전자부품으로 몇가지 동작을 구현하는 로봇완구를 개발해왔다. 허나 헐리우드 영화와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요즘 아이들에게 움직이는 로봇기술 자체는 그리 신기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토이로봇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어린이보다 성인 매니아층을 겨냥한 참신한 컨셉트와 디자인에 더 좌우된다고 본다.

-당신은 로봇과학자인가 완구개발자인가

△물론 로봇과학자다. 완구는 내가 원하는 로봇개발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로봇은 100년전 자동차,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기계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직관하고 그것을 값싸게 구현하는데 노력한다면 어린이도 멋진 로봇제품을 만들 수 있다. 로봇은 꿈과 상상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업체탐방(17)디유하이텍

인원: 109명

설립: 1999년 1월

매출: 2005년 85억원 (2006년 1분기 17억원)

제품군: 지능형 경비 로봇, 보안 로봇

회사비전: 국내 보안로봇 메카

디유하이텍(대표 이경훈 http://www.duhitec.com)은 애니메이션 전문기업(옛 선우엔터테인먼트)에서 지능형 보안 로봇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지난 5월 독일 월드컵에 투입된 경비로봇 ‘오프로’의 생산과 아시아지역 총판 계약을 따내면서 경비, 보안 로봇 분야에 발을 깊숙히 들였다. 지능로봇 모듈과 부품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개발(R&D) 전문 업체인 디유로보를 계열사로 설립했고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디유에이엔아이(옛 동양에이엔아이)를 자회사로 뒀다.

디유에이엔아이는 오프로 개발사인 독일 로보워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연말 완공되는 전주과학산업단지에서 본격적인 로봇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국방 로봇 분야에 진입, 방산 마케팅 자회사인 동양정공을 통해 국방부에 ‘화생방 이동로봇’을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되는 등 체계적이면서 집중적으로 경비와 보안 로봇 한 우물을 파고 있다. 디유하이텍은 이들 3사의 지주회사로 로봇사업의 안정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함으로써 세계 보안로봇시장의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는 계획이다.

디유하이텍의 이같은 행보는 청와대 경호실 근무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경영자문을 해온 변호사 출신인 이경훈 신임사장(39)의 독특한 이력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디유하이텍은 로보워치와의 계약으로 2012년까지 1300만 유로(1500억원)의 수주 계약을 확보했으며 오는 연말 시제품 생산과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으로 지능형 보안로봇 전문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생각이다. 오프로는 물론 대테러 및 군사용으로 개발된 어센드로, 생활형 최첨단 경비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으로 향후 시장성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훈 사장은 “고부가 고성장 위주의 사업개편을 통해 디유하이텍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며 “고부가 알루미늄관련 원천기술을 바탕으로한 철도차량 사업은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키우고, 로보워치사와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통해 보안로봇의 대표주자로 발돋움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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