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업사원이나 IT서비스 업체를 통해 판매됐던 기업용 소프트웨어(SW)가 온라인과 결합,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업용 SW가 백신이나 게임과 같은 개인용 SW에서 주로 사용했던 ‘온라인 다운로드 판매(ESD:Electronic Software Delivery)’ 방식을 채택하면서 기업용 SW 판매에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IBM 등 국내외 주요 기업용 SW업체는 최근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제품을 영업맨을 통한 직접 영업에서 ESD 방식으로 전환, SW의 서비스화를 가속했다. 업계는 기업용 SW가 인터넷과 결합, 기존의 패키지나 시스템통합(SI)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 형태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SD 판매방식 확산=한국IBM은 최근 그룹웨어 제품인 ‘로터스로츠 클라이언트’와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인 ‘티볼리스토리매니저익스프레스’를 온라인을 통해 ESD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자사의 기업용 SW로는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개발툴 ‘래쇼날퓨리티플러스’의 판매 실적이 기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온라인 판매 제품을 확대했다.
특히 래쇼날은 단순 온라인 판매만 했으나 로터스로츠와 티볼리는 이보다 급진전한 ESD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IBM 관계자는 “래쇼날의 경우 온라인 판매로 전환한 후 상반기 상담 실적이 작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났다”며 “그룹웨어와 SMS는 다운로드 방식을 채택, 본격적인 SW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토종 DBMS업체인 큐브리드는 지난 5월 ‘SW 대신 서비스를 판다’는 전략에 따라 제품 공급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평철 큐브리드 전무는 “당초 연내 700건 정도의 다운로드를 예상했으나 상반기에만 2000건이 넘었다”며 “이는 SW 서비스 시장이 본격 개화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최대 DBMS업체인 한국오라클도 오픈소스 DBMS를 사용중인 소규모 기업이나 대학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0g 익스프레스 에디션’을 공급중이다.
리포팅툴 업체인 포시에스는 이례적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ESD 판매를 시작했다. 브라질에 SW를 공급하면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ESD 판매 방식을 채택한 포시에스는 올해 브라질 성과에 따라 일본 등지에도 이 같은 판매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조직 및 수익모델 변화 불가피=ESD는 SW업체의 수익 모델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일반 SW 판매 방식은 영업사원이 고객사와 면담 등을 거쳐 제품을 구매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ESD는 고객과 영업사원의 접점을 없애 버린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지만 철저한 서비스가 요구된다.
큐브리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큐브리드는 ESD를 도입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을 포기하고 유지보수 서비스 비용만 받기로 했다. 큐브리드는 당장 라이선스 매출 급감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고객 수가 증가해 유지보수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직 변화도 불가피하다. ESD는 영업사원을 줄이고 대신 온라인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을 늘려야 한다. 한국IBM은 온라인 판매를 결정한 영업사원을 전략적 고객에게 밀착마크 형태로 재배치,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시기상조 논란도=하지만 기업용 SW의 ESD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용 SW가 ESD로 전환됐지만 아직도 상당수 SW는 기존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은 “국내 SW 시장 여건상 면대면 영업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SW의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는 일부 제품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주요 글로벌 SW업체들은 SW 서비스화와 맞물리면서 ESD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서경화 한국IBM 실장은 “SW도 하드웨어(HW)처럼 비용과 효용성 측면이 강조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면서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서비스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SW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초 SW의 서비스화를 선언, SW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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