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은 큰 구멍, 작은 것은 작은 구멍으로 들락거리도록 했을 뿐인데….’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으로 뽑혔던 유룡 한국과학기술원 교수(51·화학과)가 7일 세계(네이처 머티리얼스誌 온라인판 커버스토리)의 시선을 모았다. 0.6∼1나노미터(㎚) 짜리 작은 구멍들만 빼곡하던 제올라이트(석유화학산업 주 촉매제) 입자 안에 조금 큰 구멍을 뚫어서다. 큰 구멍은 평균 10㎚이고, 3㎚에서 15㎚까지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유룡 교수의 설명.
“작은 도로만 있어 교통 체증이 심한 대도시에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유기적으로 구성해 원활한 교통 흐름을 만들어내는 이치와 같습니다.”
유 교수가 말하는 ‘대도시’는 ‘X축과 Y축에 각각 1000개씩의 제올라이트(Zeolite) 입자로 구성된 공간’으로 한 면의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그 안에 큰 도로, 작은 도로를 적절한 비율로 조절해가며 건설한다는 얘기다.
원유 분자들은 제올라이트 속 구멍(도로)들을 지나며 가솔린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데 0.6∼1㎚ 짜리 작은 구멍들만 촘촘한 기존 제올라이트 촉매는 6개월 정도 쓴 뒤 새것으로 바꿔야 했다. 구멍이 너무 작아 분자들이 제올라이트 입자 가장 자리만을 들락거렸을 뿐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 겉만 사용하다보니 그만큼 부반응에 의한 검댕이 빨리 생겨 6개월여만에 구멍이 막혔던 것.
앞으로 제올라이트 입자 속에 큰 구멍을 이리저리 뚫을 수 있게 돼 촉매 활성도가 좋아지고, 6개월 이상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구멍이 작아 머리를 들이밀 수조차 없었던 중질유, 폐 플라스틱 등 분자 크기가 큰 것들도 제올라이트를 통해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석유화학 제조 공정에 새 제올라이트 적용시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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