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자신문 지면을 통해 모바일 표준 플랫폼 ‘위피’에 대한 심도있는 정책 평가가 나왔다. 위피가 정보통신부 고시로 의무화된 지 1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위피 표준화 정책 전반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휴대폰 기술을 감안할 때, 조기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각 기관의 역할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1년 7월 위피 표준화 도입 검토 시점부터 현재까지 표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이로서 이 글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위피를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위피의 기술 경쟁력을 살펴보자. 휴대폰 소프트웨어는 제조사가 관장하는 운용체계(OS)와 그 상단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플랫폼, 이통사가 관장하는 서비스 플랫폼의 3계층으로 구성된다. 위피는 이통사가 관장하는 서비스 플랫폼의 하나로, 이러한 생태계를 이해한다면 하단의 OS나 UI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서비스 플랫폼을 흡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휴대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동일한 생태계를 갖고 있고 변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다.
최근 제조사는 단말기 차별화를 위해, 이통사는 서비스 영역 확장을 위해 UI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퀄컴의 ‘브루/유아이원’, SK텔레콤의 ‘T-PAK’ 등이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OS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위피는 오히려 UI 플랫폼이나 OS 쪽으로 영역 확장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제조사와의 이해관계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위피의 핵심엔진 기술은 2001년 기획된 것으로 당시 타 플랫폼보다 월등히 앞서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른 플랫폼도 엔진 기술을 발전시켜 위피와 대등해졌고, 많은 부가 API를 개발해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위피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최신 기술(3차원 그래픽 등)을 표준으로 수용하는 데는 절차상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개발돼 사용중인 기술을 포함하는 것인만큼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위피의 엔진 기술 업그레이드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향후 5년 이상의 기술 변화를 내다보고 새롭게 기획해야만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피의 시장 경쟁력을 살펴보자. 위피가 이통3사의 휴대폰에 탑재돼 서비스되지만 위피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수익성은 취약하다. 이통사로부터 용역 형태로 개발되는 위피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없어 고정적으로 개발 인력을 유지하는 건 벅차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개발업체는 물론이고 향후 신기술 제안을 고려하는 업체들도 선투자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위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선투자와 수익이 선순환될 수 있는 자생력 있는 수익 기반이 보장돼야 한다. 위피 표준화를 관장하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은 이러한 취약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안 규격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주는 새 표준화 절차를 발표했으나 이통사들이 제대로 수익모델을 보장해줄지 의문이다.
위피가 자생력을 갖기 위한 방편으로 시장 확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위피가 휴대폰에 채택되고 있는 플랫폼이지만, 다른 임베디드 단말(PMP·MP3P·내비게이터·셋톱박스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 가능성은 풍부하다.
마지막으로 위피의 정책을 살펴 보자. 정통부 고시로 위피가 의무화됐으나 이통사들이 고시를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감독은 소홀하다. 즉 이통사가 차별화를 위해 표준을 벗어나 사용하고 있는 API를 상용화 3개월 후에 표준으로 제안하도록 돼 있으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통사 간 위피 버전도 일치하지 않아 위피 도입 목적이 희석돼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피는 아직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개선하고 의무화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른다면 위피는 경쟁력 있는 우수 플랫폼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임성순 위피진흥협회장 sslim@aroma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