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턱 수염 깎겠습니다. 다만 시점은 3부 능선을 넘은 아리랑 2호가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이 들 때입니다.”
아리랑 위성을 지구궤도 685㎞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바로 플레세츠크서 모스크바로 날아온 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은 30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염은 내일이라도 당장 깎을 수 있을 수 있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아리랑의 발사에 전념해준 모든 연구원들이 ‘눈물이 쏟아질 만큼 자랑스럽다’고 거듭 밝혔다.
백 원장은 40여 일 전 위성 준비팀 14명이 플레세츠크 발사장으로 떠나는 날부터 위성발사의 성공을 염원하며 턱수염을 깎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혼연일체가 됐습니다. 발사 당일에는 저를 포함한 연구원들 전체가 너무 긴장한 탓에 잠 한숨 못잤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습니다.”
백 원장은 이번 위성 발사 계획을 ‘777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아리랑 2호 준비 기간이 7년이고, 원장직이 제 7대에다 공교롭게도 임상규 과기혁신 본부장의 생일이 7월이라는 것. 임 본부장은 실제 지난 28일 생일을 맞아 ‘미역국’은 못 먹었어도 ‘아리랑 발사성공’이라는 더 값진 선물을 받았다.
“로콧이 지난해 발사에 실패한데다 항공대의 ‘한누리’가 떨어졌다는 소식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는 백 원장은 “발사체 성공이 위성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섣부른 ‘샴페인’은 경계했다.
백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주진 위성사업총괄단장과 같은 말을 했다.
“애지중지하던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가와 떨어져 ‘아리랑 위성’이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모스크바=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