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초당 1대 꼴` 완성시키는 삼성 냉장고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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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광주전자 ‘지펠’ 양문형 냉장고 생산 라인.

 ‘V-900’.

 이는 ‘환율 900원에도 이익 10%를 달성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삼성광주전자 냉장고 생산라인 어디에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이 목표 달성이 무리한 것만은 아니다. 환율 950원 수준인 지금도 냉장고 사업은 이익이 10%를 넘는 효자품목이다.

◇철저한 정시정량 체계=광주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냉장고는 월 15만대씩 연 170만대로 3개 라인이 5조로 나뉘어 작업한다. 태국·중국·멕시코·인도 등 단위 공장별로도 가장 큰 규모다. 냉장고 생산은 철저한 정시정량 체계로 움직인다. 필요한 양만 만들어 바로 출하하는 것으로 ‘3일 전 1일치 확정’ 방침에 따라 수원사업장에서 받은 물량만큼만 생산하게 된다. ‘3일 계획 불변’ 원칙에 따라 한번 정해진 일정은 바뀌지 않는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면 이 물량은 3일 후에 반영, 처리한다. 이 때문에 광주사업장은 30분 단위로 자재를 수급하고 있으며,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도 지난해 없앴다. 도요타가 2시간 분량의 자재를 수급하는 것과도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치다.

지난해 물류관리시스템(SCM)이 도입되면서는 효율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판금·발포·조립·도어·검사 등 공정마다 정확하게 시간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립공정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대차(데커) 하나당 냉장고 한 대에 들어가는 부속물이 자동 운반된다. 이렇게 해서 냉장고 한 대가 22초당 한 대 꼴로 만들어진다. 올 연말에는 16.5초까지 당길 예정이다.

◇마쓰시타도 혀를 내둘러=혼류생산을 통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삼성 냉장고의 경쟁력이다. 전체 530m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는 냉장고 가운데 동일한 모델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루에 40회 정도 모델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모델은 제품에 부착된 바코드로 구분, 서로 일치하게 된다. 이런 생산시스템 덕분에 냉장고 사업장은 삼성내 계열사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마쓰시타 임원 6명이 냉장고 사업장을 찾아 혀를 내두르고 갔다. 정보교류 차원이었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최기봉 삼성광주전자 냉기팀 과장은 “2∼3년 전만 해도 마쓰시타의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력투구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역전됐다”고 귀띔했다.

지난 5월 삼성 자체적으로 제조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냉장고 사업장은 148점이 나왔다. 경쟁사에 비해 높은 성적이었다. 전건하 삼성광주전자 그룹장은 “선진화된 시스템 기법을 적용해 세계적인 수준의 냉장고 제조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가혁신의 산실=냉장고 사업장은 원가혁신에도 한발 앞서 있다. 지난해만 해도 1조원 매출 가운데 1000억원을 절감했다. 원가절감을 한 단계 뛰어넘은 수준이다. 단적인 예는 신규소재나 신공법을 적용하는 것. 가격이 급등한 철판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플라스틱 사출물을 사용하는가 하면 파이프 배관 길이를 줄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건하 그룹장은 “환율과 개발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설계적인 측면에서 공용화와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부품 협력사 기술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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