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스포츠호’가 오는 30일 열리는 ‘스카이프로리그2006’ 전기시즌 그랜드파이널을 끝으로 상반기를 마무리한다. 스타크래프트 개인 리그인 MBC게임스타리그’(MSL)도 16일 결승전을 마무리했으며, 온게임넷 스타리그는 시즌 1을 종료하고 시즌2를 앞두고 있다. 프로리그의 개막진통 등 지난 상반기 e스포츠호의 키워드는 ‘우여곡절’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비온뒤에 땅이 굳듯이 하반기에 ‘재도약’이란 화두를 안고 다시 용틀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테마를 바탕으로 하반기 e스포츠계를 전망한다.200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통을 겪었던 ‘프로리그’는 상반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하반기 전망을 더욱 밝게 해 주고 있다. 프로리그는 시즌 초의 우려와 달리 변화된 경기 시스템과 기업팀의 잇따른 창단으로 갖가지 재미요소들을 만들어 내며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했다. 특히 MBC, CJ, 온미디어 등 대기업들의 창단과 경쟁 심리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 T1이 독주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신규 창단팀의 약진으로 여러팀이 물고물리는 혼전을 전개하며 시즌 마지막날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이 결정되지 않는 등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아직도 ‘프로리그’가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핵심툴로 자리매김하기엔 몇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반기엔 무엇보다 이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e네이처톱 등 남아있는 비기업팀 문제를 시급해 해결해야한다는게 중론이다. 11개 팀 모두 정식 창단이 이루어져야 명실공히 e스포츠로서 거듭날 것이란 얘기이다. e스포츠계 한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기업팀과 비기업팀 간의 대우가 큰 차이가 나기때문에 상하위팀 간의 전력 불균형과 이로인한 경기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면서 “11개팀 모두 소속기업이 있어야 경쟁도 치열해지고, 경기 질도 상향 평준화돼 개인리그에 집중되고 있는 팬들의 시선을 프로리그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방식도 좀 더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각팀과 한번씩 치러지는 탓에 경기 수가 팀당 총 10회에 불과한 것은 늘릴 필요가 있다. 경기 수가 많아지는 문제는 예비 전력들의 가동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개인리그 처럼 지방 순회 경기를 통해 e스포츠의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할 필요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도 프로리그가 자주 열려야 지역 연고제와 같은 명실상부한 프로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엔 지방에서도 프로리그를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프로리그가 재도약하느냐의 시험대에 섰다고 강조한다.
프로리그와 마찬가지로 개인리그인 ‘스타리그’도 지난 상반기에 리그 운영에 많은 변화를 주며 팬들에게 어필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TO를 24명으로 늘린 것이나 MSL의 패자부활전에 메스를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리그 진출의 등용문인 듀얼토너먼트와 서바이버리그도 새롭게 변신했다. 달라진 시스템 탓일까 상반기 스타리그는 한동욱(온게임넷)과 조용호(MBC게임)라는 새로운 우승자를 배출하며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특히 임요환, 강민, 홍진호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약진이 두르러져 신예들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팬들의 이목을 모으기도했다. 그러나, 개인리그 역시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잦은 맵 변경으로 인해 맵 별로 종족 밸런스에 틈새가 생기면서 특정 종족의 유저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등 적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맵 특성에 따라 스타리그 우승의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대형 스타 발굴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개인리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스타리그가 계속 인기를 유지, 발전하려면 임요환과 같은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대형 스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돼야 하지만, 아직은 2% 부족하다. 만약 임요환 등 일부 S급 스타들이 군입대라도 한다면, 스타리그 흥행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모기업들이 e스포츠를 자체 상품 홍보에 활용하는데 주력할 뿐 e스포츠 자체의 발전을 위해 프렌차이즈 스타 발굴이나 육성을 위한 투자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e스포츠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선수들이 개인리그에서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야구의 류현진, 축구의 박주영, 농구의 하승진과 같은 대형 스타급 신인들이 자주 등장해야 스타리그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스트 스타리그’를 꿈꾸며 다양한 종목들이 e스포츠화를 추진한 것도 지난 상반기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를 비롯해 ‘스페셜포스’ ‘피파’ ‘위닝’ 등 다양한 게임들을 바탕으로한 리그가 펼쳐졌다.
특히 ‘카트라이더리그’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대형 결승전을 벌여 흥행에도 성공하며 e스포츠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테일즈런너리그’ 등 케이블TV 외에 인터넷방송 등을 활용한 다양한 온라인게임 리그가 출범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하지만, 이들 비 스타크래프트리그의 경우 아직은 방송 시청률이나 관중 동원 능력, 선수 저변 등 여러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비 ‘스타크래프트’계에도 팀창단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 기업팀이 창단한다는 것은 스타크래프트리그와 마찬가지로 팀리그와 개인리그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대외협력국 이헌구 차장은 “각 팀들과 다른 종목 선수들의 육성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기업팀의 유니폼을 입은 다른 종목의 프로게이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WCG그랜드파이널 등 굵직굵직한 국제 e스포츠 대회가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 것도 비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리그가 독보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선 다양한 종목이 골고루 인기를 누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스타리그에 밀려 국내선 별 빛을 못보고 있는 ‘워3리그’도 유럽 등 해외선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어엿한 e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장재호·노재욱 등 국내 S급 ‘워3’ 선수들이 주로 해외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헌구 e스포츠협회 대외협력 차장은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e스포츠심포지움’이 비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중흥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스타크래프트리그는 물론 여러 종목에 걸쳐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상반기에 ‘성장통’으로 고생을 했던 ‘한국e스포츠호’가 하반기에는 얼마나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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