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중소가전기업 앞선 기술은 `특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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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전 일본 마쓰시타(내셔널)와 중국 미디어가 국내 밥솥 전문회사인 쿠쿠홈시스를 찾았다. 동종 업체 간 정보교환이 명분이었지만 핵심은 쿠쿠홈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IH 전기압력밥솥의 특허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호 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쿠쿠홈시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No’. IH에 관한 한 기술장벽을 지키고 일본과 중국에서 쿠쿠홈시스의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알려야 한다는 의지가 로열티 수익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특허 경영=대기업이 세계적인 특허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중소기업도 ‘특허 경영’을 기치로 내걸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쿠쿠홈시스만 하더라도 국내외 특허를 취득했거나 출원중인 것을 합하면 240건에 이른다. 연구소장 외에 특허 전담자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사내 특허 출원자에게는 건당 20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분쇄기·발효기 전문회사인 엔유씨전자도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특허가 190건 정도. 이 가운데 미국·일본·독일·중국 등 해외에 등록한 특허만도 60건이다. 매출 500억원의 중소기업으로 쉽지 않은 성적이다. 김종부 엔유씨전자 사장은 평소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특허를 내놓겠다’며 특허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 공기청정기 전문회사인 청풍도 100건 안팎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발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최진순 회장의 공적이기도 하지만 연구소 차원에서도 특허 개발에 열심이다. 경영지원본부에서 연구소 지원을 받아 특허를 관리하고 있다.

 ◇기술 자립 척도=청구 사항이나 범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허 등록비만 대략 300만∼2000만원 수준이다. 해외 취득 역시 건당 2000만원이다. 10건이라고 치면,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중소기업에는 녹록한 비용이 아니다.

 업무 부담도 적지 않다. 특허 담당자만 300∼400명인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서 특허 담당자는 많아야 두 명이다. 이창룡 쿠쿠홈시스 소장은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성과물을 특허 등록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허 하나 취득하기 위해서는 문서 제작을 비롯해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인력에 한계가 있는 우리에게는 업무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애로를 극복하고 중소기업이 특허 경영에 나서는 것은 기술과 디자인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몇년 전만 해도 중소 가전기업은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술을 선도하며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음식물 처리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루펜리 이희자 사장은 “특허는 음식물 처리기 최초 개발 회사라는 자신감의 일환”이라며 “지금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초석을 마련하고 경쟁사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도 특허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청풍 팀장도 “특허가 기술의 잣대는 될 수 없지만 기술 자립의 척도이자, 기업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 재산을 지켜주는 보호장치”라며 “중소 가전회사가 특허 경영을 시도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 필요=중소기업의 특허 취득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청이나 협·단체의 지원 방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안이 필수인 특허 성격상 중소기업 대부분이 정부 지원을 꺼리는 것이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은 알지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보다는 등록비를 낮춰주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수한 기술이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특허라고 판단된다면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거나 산·학 협동을 중재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