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다. 설마가 사람 잡는 다고 동기식 IMT2000사업이 최소된 LG텔레콤 사태가 그 지경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고수했지만 여론은 다른 방향이다. 시장성이 전혀 없다며 사업을 포기한 LG텔레콤은 수천억원의 기회 비용을 날렸다. 게다가 남용 사장이 물러나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나 LG텔레콤, 남용 사장까지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현실이 됐다. 상황이 이쯤되면 통신시장 전체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미 없질러진 물이다. 노준형 장관이 조만간 최종 정부 입장을 발표한다. 그렇다면 건설적, 희망적 대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방안도 나와야 한다.
이번 사태는 ‘법대로’와 ‘현실론’의 충돌이었다. 법 규정에 의거한 행정행위라는 점에서 정부를 나무랄수는 없다. 반대로 LG텔레콤의 처사를 비판하기도 쉽지 않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게 손해나는 장사에 돈 퍼부으라 강제할 사람은 없다. 법을 비켜가면 정부가 다친다. 망할 것이 뻔한 사업에 돈 태우면 기업이 몰락한다. 남용 사장의 한마디는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다. “시장성 없는 곳에 투자할 수 없다. 기업이 망한다. 사업권 받을 때와 지금은 기술과 시장이 너무 달라졌다. 하지만 악법도 법이다. 관료조직의 어려움도 이해한다. 내 거취는 결정하겠다.”
결국 사태를 꼬이게 만든 한 복판에 ‘법’이 자리한다. 물론 관리 감독과 사전 협의를 소홀히 한 정부와 LG텔레콤의 자세에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사업허가가 취소된 법인의 대표는 자동 면직해야하는 전기통신사업법(6조2항)은 피할 수가 없다. 정부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불필요한 잡음은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이다. 가뜩이나 말 많은 동네다. 무슨 건만 터지면 특혜니 유착이니 사방에서 난리다. 관료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셈이니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법대로 라지만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인가. 법정신의 시장 친화적 해석과 정상참작도 있다. 오죽하면 정책심의위원들 조차 “CEO에 대해서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건의를 했을까. 허가취소와 CEO 면직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범죄행위를 가상한 안전장치(6조2항)가 선량한 피해자를 생산하는 독소조항의 성격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기도 하다. 6조2항을 추가할 당시 입법 당사자들도 오늘과 같은 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IT시장에서는 기술발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의 틀’로 오늘과 내일을 재단하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이 일상화 수준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와 법이, 기업과 기업인 혼내주고, 산업에 충격주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행위야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LG텔레콤의 행태가 반사회적, 반 경제적 범죄에 해당하는 지는 따져봐야 한다. 벌칙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엄격한 법 조문 적용 보다는 법 정신의 따듯한 면도 한 번 찾아 보자는 것이다. 남 사장의 퇴진이 이뤄지고 주파수 할당대가를 추가 납부해야하는 LG텔레콤은 벼랑에 섰다. 자산인 차세대 주파수도 내놓았다. LG텔레콤은 6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LGT사태는 정부와 소비자, 기업과 기업인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정부 조차 ‘규정’에 묶여 ‘원치 않는 결과’를 시행해야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남용 사장의 퇴진이 거의 ‘경제적 순교(殉敎)’ 수준으로 비친다. 기업 살리고, 산업 부흥하려 허가 내줬던 IMT2000사업이 어쩌다 이런 파국을 맞았는 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이제는 정책을 고리로 정부와 기업이 신뢰를 회복하고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는 때이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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