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서버 업계가 ‘빅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대기업과 금융권 IT 통합 구매 정책이 늘어나면서 대형 프로젝트는 많아졌지만, 오히려 업체 간 경쟁 격화로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만 화려한 ‘빅딜’=최근 1000대 이상의 서버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의 속내가 편치 않다. 계약대로 납품하면 사이트마다 수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국HP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KT그룹에 연간 단위로 서버를 공급하는 서버 통합 구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국HP는 구체적인 공급 단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 총판업체 관계자는 “20∼30% 이상 할인했다. 통합 구매한 그룹사 계열사의 서버 최종 수요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수억원대의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KT그룹 통합 구매에 참여했던 경쟁사는 “우리로서는 더는 낮출 수 없는 가격으로 제출했는데 최종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는 도대체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이냐”고 지적했다. 최근 국방부 병영 PC방 프로젝트를 수주, 1600대 서버를 공급하기로 한 한국IBM 측도 비슷한 규모의 손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IBM 총판업체 EPA 관계자는 “할인율에 대해 묻지 마라. 정상 판매가의 60∼70%도 건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점유율이냐, 수익이냐=고가의 대형 서버와 달리 x86서버는 전통적으로 물량 위주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관련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불사하고서라도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대형 프로젝트 1∼2개를 놓치면 점유율에 곧바로 영향을 미쳐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 프로젝트라도 제품 선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성능이 아니라 가격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는 점유율 높이는 데 1순위지만, 수익을 깎아먹는 데도 일등공신”이라면서 “빅딜에서 본 손해를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서의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우리은행그룹 등 금융권도 IT 통합구매팀을 만들어 비슷한 형식의 구매를 검토하고 있어 관련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장 왜곡 가능성도= 대기업의 IT 통합구매 정책과 빅딜 프로젝트가 해당업체의 수익구조뿐만 아니라 전체시장의 가격 구조도 무너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버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총판업체들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물량보다 많은 서버를 벤더사로부터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가를 낮춘 재고를 유통시키면 전체 시장 가격 구조도 흔들리게 되는 것. 총판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 통합 구매 시 수량을 정해 놓지 않은 사례가 많다. 공급 수량을 잘못 예측하면 어쩔 수 없이 낮은 단가의 서버를 유통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SI사업본부가 있는 K사가 통합 서버 구매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이 회사 SI사업본부가 추진하는 대외 사업에 통합구매한 서버가 유통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벤더와 유통사라는 관계가 아니면 통합구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많다. 한국HP 총판업체인 영우디지털 관계자는 “가뜩이나 서버 이익률이 낮아지고 있어 대기업의 통합구매 프로젝트가 전혀 달갑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