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전 통보, 한전 측 단전 발생’ 휴일 새벽 5시. 양천구청 정보화 담당 팀장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전산실 내 모니터링 시스템이 전원 공급 중단을 감지하자마자 휴대폰으로 위험 신호를 보낸 것. 전원 공급 중단은 양천구청 인접 도로에서 공사중 한국전력의 개폐기가 고장나면서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정전사고였지만 양천구청 정보화팀은 메시지를 받자마자 전산실로 신속히 출동해 시스템 다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원격제어 솔루션 ‘필수’=언제 어디서나 전산실 환경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대다수 기업과 정부 기관의 업무가 디지털화하면서 사소한 전산실 사고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금융업계 한 CIO는 아예 전산실 모니터 시스템을 안방에까지 설치했을 정도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등으로 휴일이 늘어나면서 원격제어 솔루션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박양호 양천구청 정보화 담당 팀장은 “전산실 장애 통계를 보면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에 연간 총 장애 건수의 30∼40%가 발생한다”며 “휴일 전산실 관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올 초 원격제어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제품 가격 대중화=IBM의 ‘티볼리’, HP의 ‘오픈뷰’ 등 대표적인 장비 장애 감시 솔루션은 전통적으로 고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위한 저가형 원격관리 도구가 잇따라 나오면서 원격관리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하솜정보기술의 원격관리 솔루션인 ‘모바일 온습도’는 가격이 수백만원대다. 이 제품으로 전산실 온습도, 정전, 출입장치 개폐, 화재 및 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 단말기가 장착돼 있어 장비 상태와 긴급 상황을 실시간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담당자에게 통보해 준다. 이 제품은 출시한 지 6개월도 안 돼 50대 이상 팔려나갔다.
팔콘스토어코리아도 복구 솔루션 CDP를 저가로 출시했다. 이 솔루션을 도입한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원격지에서 네트워크로 시스템을 재부팅, 전산 사고를 해결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원격제어 스위치인 KVM도 인기다. 이 제품은 전기적 신호를 활용해 수십대 서버를 원격지에서 관리하는 기기다. KVM업체인 한국애보슨트솔루션은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 늘었다.
신우철 한국애보슨트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KVM 스위치는 서버 부속품 정도로 취급받았지만 원격 제어의 간편성과 효율성이 알려지면서 매출 신장세가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무인 전산환경 시대로=원격 제어 관리 솔루션은 ‘전산실 무인 운영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HP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모델의 필수요건 중 하나를 전산환경 무인화로 정의하고 관련 솔루션업체를 잇달아 인수, 자동화 솔루션과 원격 관리 도구를 대폭 강화했다.
팔콘스토어도 CDP의 원격지 부팅 기능을 내세워 무인 점포에 제품을 집중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업계의 한 CIO는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인력을 투입해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무인 혹은 최소 인력으로 일부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