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 PM 신달수씨는 76년생이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게임계는 작년 5월부터 들어온 신입이다.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는 기운이 감도는 신 PM은 한마디로 ‘독특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전공해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달리는 것을 즐겼다.
한달 전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거리를 누비는 취미를 가졌다. 한마디로 폭주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폭주를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해서 그렇다. 결혼도 하고 했으니 조금은 멀쩡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사실 전 전업 작가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졸업하기 직전에 만난 10년 위 선배가 거지꼴을 하고 와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하면 굶는다고 말했죠. 그래서 취직을 결심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술학도는 고민 끝에 일반 회사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원서만 50번 넘게 작성했고 면접을 수도 없이 봤으나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조소과를 나온 남자를 일반 사무직에 입사시키는 것은 무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운이 좋아 스탠다스 차타드 은행에서 근무하게 됐다.
신 씨는 숫자에 약해서 자주 실수를 범했고 은행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래서 평소 즐기던 게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은행에 다니면서 틈틈히 게임을 즐겼고 나름대로 공략을 써서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은행을 나와 게시판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한빛소프트에 입사하게 됐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은행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게임회사에 가면 죽도록 게임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생각하고 많이 다르던데요. 농땡이는 꿈도 못 꾸죠.”게임이 좋아 한빛소프트에 왔는데 게임 외적인 일이 너무 많아 놀랬다는 신씨. 그래도 일반 회사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와 가끔씩 열리는 전시회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또 PM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직업인데 그런 매력이 좋아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유저들에게 일년에 한번씩 큰 상자에 과자를 잔뜩 담아서 보내 주는데요. 제주도에 사는 유저가 자신이 받은 과자상자를 고아원에 갖다 준 거에요. 정말 감동받았어요. 게임이 나쁘다고 부모님들은 쉽게 말하는데 실제 유저들은 그렇지 않아요.”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게임 유저를 정말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털어 놓았다. 매일 게임에 접속해 유저들과 대화를 하고 이것저것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유저들의 착한 마음이 전해온다고 했다. 게임 중의 비매너 행위나 타 유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성실한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그는 유저들의 이러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서바이벌 프로젝트’에 특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것은 일종의 반성문 시스템이다. 보통 욕설이나 피해를 주는 행동은 곧바로 계정을 압류당한다. 그러면 그 유저는 게임을 못하게 된다. 신씨는 그것이 너무 가혹하다며 유저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한다고 했다. 내용이 진실되면 한번의 기회를 더 주고 건성이면 선처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에 반성문을 얼마나 많이 쓰는진 몰라도 정말 잘 써서 보내 줍니다. 그러면 회의를 통해 기회를 주죠. 아직 어린 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한번 반성문을 쓰면 착하게 삽니다.”
신씨는 평생 재미있는 일을 찾아 다닐 생각이다. 남들처럼 안정된 직장에서 가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고정된 틀에 빠지고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사양한다고 말했다.
“전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좋아요. 지금은 PM을 신나게 하고 있지만 언제 또 다른 곳으로 휙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게 인생 아닌가요.”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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