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계측기 업체, 국내 통신시장서 선전

　외국 기업에 안방 자리를 내줬던 국내 계측기 업체가 무선 통신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국내 계측기 업체는 새로운 통신서비스 환경에 맞춘 발빠른 기술 개발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유 영역을 다지고 있다. 가상 기지국으로 전파 환경을 측정하는 계측 분야에서는 아직까지도 외산 위주지만 통화품질에 결정역할을 하는 무선망 최적화 분야에서는 국내 계측기 업체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신규 서비스망 분야에서는 국내 계측장비의 점유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 국내 통신시장은 해외보다 한발 앞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계측장비 수요도 같이 발생한다. 그러나 글로벌 외산 업체는 신규 서비스에 맞춰 계측기 개발에 소극적이다. 국내 수요만을 겨냥해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비해 국내업체는 와이브로 등 처음부터 신규시장을 타깃으로 개발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무선망 최적화 장비 시장에서 데이터서비스 부문과 음성 부문을 양분하고 있는 이노와이어리스(대표 정종태 http://www.innowireless.co.kr)와 가드텍(대표 김형준 http://www.guardtec.co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CDMA를 시작으로 WCDMA 등 국내 서비스에 맞춰 선개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SK텔레콤을 비롯해 KTF·LG텔레콤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연간 100억원 규모의 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양사 제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무선망최적화 장비에 이어 단말기계측장비 분야도 진출했으며 3.5세대 이동통신(HSPDA)용 데이터 서비스와 음성 서비스 통합 장비를 개발하면서 신규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산보다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유연한 기술 지원= 빠른 개발과 함께 국내 이통사가 국산 계측기를 선호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해외 기업은 작은 시장 규모를 이유로 신규 시장에 맞춘 장비를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장비는 월등히 저렴하다. 음성 테스트 장비는 외산에 비해 최대 10분의 1 가격에 공급한 사례도 있다. 또 한 가지 국내 업체의 강점은 유연하고 발빠른 기술 지원이다. 이통사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요구하지만 외산 장비는 획일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이를 변형시키기 어렵다. 반면에 국내 계측기 업체는 이통사별로 사양 변동도 쉽고 빠르게 지원하는 등 고객중심 지원이 장점이다.

◇틈새 공략= 몸집이 큰 외산 기업에 비해 특정 분야를 겨냥한 시장 공략이 용이하다. 토종 오실로스코프 업계 대표기업인 이지디지털(대표 이영남 http://www.ezdgt.com)은 와이브로 계측장비인 ‘이지와이브로’를 개발하고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장비는 와이브로 단말기와 기지국을 한 플랫폼에서 계측할 수 있는 통합제품으로 외국 계측기 업체가 현재 개발중인 기능을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은 “개발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으며 모두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며 “외산 업체가 아직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때 국내 서비스 기술을 기반으로 표준화도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DMA 단말기 계측장비를 내놓은 윌넷(대표 김정엽 http://www.willnetinc.co.kr)도 틈새시장을 공략한 대표적인 기업. 이 회사는 외산 업체가 개발하지 않은 CDMA 단말기 계측기나 CDMA 네트워크 필드 전파환경 측정기 등에 초점을 맞추고 공략 시장도 차별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총판인 MDS테크놀로지의 김종배 팀장은 “일종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서비스센터 모니터나 교육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제품 공급에 나서면서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