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 시장의 ‘양대 산맥’인 일렉트로닉아츠(EA)와 비벤디가 한국산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퍼블리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업체는 PC·콘솔 등 패키지게임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게임 퍼블리셔란 점에서 그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특히 엔씨소프트·웹젠·그라비티·NHN·CJ인터넷·네오위즈·넥슨·한빛소프트 등 국내 메이저업체들이 줄줄이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을 주무대로한 글로벌 퍼블리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국내외 대형 퍼블리셔 간의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미국 EA는 최근 국내 모 인기 온라인 캐주얼게임에 대한 중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EA는 이를 계기로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글로벌 퍼블리싱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EA가 본사 차원에서 한국산 온라인게임과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퍼블리싱이 단순히 시범 케이스 차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A는 사실 네오위즈와 공동 개발, 현재 오픈 베타 서비스중인 ‘피파온라인’이 독일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최대 동접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빅히트를 기록, 온라인 게임사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한결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다. 최근 1세대 MMORPG인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DAOC)’ 개발사인 미씩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씩은 현재 ‘워해머온라인’이란 차세대 MMORPG를 개발 중인데, 이 게임이 미국내에서 ‘제2의 WOW’로 주목받고 있는 유망 개발사다.
EA와 함께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계 세계적인 게임퍼블리셔 비벤디 역시 최근 한국 게임 퍼블리싱에 그야말로 혈안이다. 비벤디는 게임빌이 개발한 모바일게임 ‘물가에 돌튕기기’가 미국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것에 자극받아 ‘비벤디모바일’이란 별도 회사를 만들어 최근 컴투스·게임빌·이쓰리넷 등 국내 주요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대박에 한층 고무된 비벤디는 이미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잡기위해 CEO 까지 나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등 무려 1년간 ‘구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벤디가 한국산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EA와 비벤디가 한국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휴대폰기반)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이들 플랫폼이 더이상 마이너 플랫폼이 아니며, 점차 게임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인 셈이다. 실제 지난 5월 미국 LA에서 열린 ‘E3 2006’에서 두 회사는 약속이라도 한듯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할 온라인게임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주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세계적으로 대세 상승세에 진입한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미래 게임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이해된다. 한국에선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이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세계적으로는 이제 막 테이크오프를 시작한 도입기다. 문화부가 발간한 ‘2005게임백서’에 따르면 세계 게임시장에서 온라인·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팍에 불과하지만, 2003년 이후 연평균 30%가 넘는 고성장률을 나타내며 게임시장의 ‘성장엔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게임플랫폼 간의 컨버젼스화가 급진전되면서 다양한 원소스를 확보하기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EA와 비벤디는 PC·콘솔에 역량을 집중해왔지만, 최근들어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며 종합 게임 퍼블리셔로 색깔을 바꾸었다. 온라인 역시 비벤디가 ‘WOW’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모기업이고, EA는 시에라온라인에 이어 미씩을 인수하며, 강력한 개발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했다.
모바일쪽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이미 모바일 관련 자회사를 설립, 글로벌 퍼블리싱에 뛰어들었다. EA가 대형 모바일 게임 자회사를 바탕으로 전문 퍼블리셔가 주도해온 이 시장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비벤디는 아이플레이란 퍼블리셔 출신들을 중심으로 별도 모바일 자회사를 설립,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EA와 비벤디의 한국게임에 대한 러브콜은 한국산 게임이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충분히 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세계적인 브랜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EA와 비벤디가 한국게임 퍼블리싱에 가세한 것은 일견 매우 긍정적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국제적인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적인 게임 퍼블리셔인 이들 회사의 브랜드와 지명도를 활용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 진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 분명하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게임에 관한한 본고장 미국과 유럽에서 누구보다 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두 회사가 온라인게임 프로모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시장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선진국에선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에 대한 경시 풍조가 남아있는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EA와 비벤디가 나선다면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궁극적으로 EA와 비벤디가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에 발을 깊숙히 담근다면 그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우선 아시아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미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메이저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종주국 프리미엄’이 적지 않다고는 하나 EA와 비벤디의 지명도와 브랜드 파워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게임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EA와 비벤디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THQ·액티비젼·유비소프트 등 다른 경쟁사까지 뛰어든다면 더욱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게임명가들이 온라인에 관심이 적었던 것이 오히려 진입장벽의 역할을 해왔으나, EA와 비벤디의 가세로 이젠 그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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