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이상하다. 통상적인 비수기인 지난달에 이어 6월에도 각 사업자가 최소 7000명에서 최대 7만명 이상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순증이 계속될 경우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당초 시장 예측이 모두 빗나간 7∼8%의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의 가입자 순증은 일부 사업자들의 사내 또는 계열사 유치지원(할당판매) 활동 때문인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시장 포화 맞아?=지난 5월 KT·하나로텔레콤·파워콤·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순증 가입자는 11만7000명으로 5월 집계로는 지난 2000∼2002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월에도 이같은 순증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300만명을 훌쩍 넘어 전문기관이 예측한 4%대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한다.
이 같은 증가는 특히 5, 6월이 비수기라는 점에서 더욱 어리둥절하게 한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가입자 순증은 신학기이자 이사철과 결혼시즌이 겹치는 3, 4월과 9, 10월에 가장 많다. 실제 지난해 5월은 불과 3만3982명, 6월엔 5만7625명의 순증만 기록했다. 따라서 올해 가입자 이상 증가는 분명 ‘시장 왜곡’이 숨어져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유치지원(할당판매)이 주범으로 지목=업계는 시장 왜곡 현상의 배경에 사업자들의 사내 유치지원 활동(할당판매)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A사의 경우 최근 가입자 확대를 위해 소속 그룹 가운데 통신 계열사에는 직원당 30회선, 비통신 계열사에는 직원당 10회선씩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B사도 직원당 5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상금을 지원하는 사내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문제는 할당판매를 통해 가입을 권유받은 가입자들이 기존 사업자에 대한 가입을 해지하지 않고 ‘일시 이용정지’한 채 권유받은 사업자에 신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는 유치 지원에 대한 성과급 조건이 보통 ‘3개월’로 단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3개월만 일시 정지한 다음 다시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일부 가입자는 복수로 가입한 셈이 된다. 때문에 각 사 모두 해지 방어도 성공하고 신규 가입자도 유치, 가입자는 증가세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입자 모집 경험이 있는 한 통신사 직원은 “초고속인터넷은 가격차가 별로 크지 않아 이동통신 번호이동에 비해 가입 권유가 쉽지 않다”며 “일반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유치 성과를 내고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영업사원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치지원 판매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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