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PC "집에서 써볼까"

 “홈PC, 더는 똑똑할 필요 없다.”

 ‘멍텅구리(더미) PC’가 주목받고 있다. 더미 PC는 일종의 신클라이언트 제품으로 기본 사양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혹은 별도 전용선을 통해 연결된 서버 기반으로 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PC를 말한다. 이 제품은 원래 보안을 중요시하는 생산 공장·기업연구소·병원 등 기업·단체에서 ‘서버 기반 컴퓨팅(SBC)’ 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솔루션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업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깡통 PC’ 전성시대=KT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 PC ‘매니지드 PC’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자료를 모두 KT 인터넷 서버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다른 PC를 사용해도 같은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KT는 삼성전자·틸론·와이즈 등과 공동으로 내년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앞서 벤처기업인 엔컴퓨팅도 PC에 PCI카드 장착만으로 PC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PC를 미국 등지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호스트 CPU에서 개별 PC를 연결하고 최대 7명까지 PC 자원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 스프레드 시트나 워드 프로세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별 문제없이 가동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각 시스템은 마치 개별 터미널처럼 작동한다.

 한국HP도 이미 ‘블레이드PC’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사업자와 가정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블레이드PC는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하드웨어와 운용 소프트웨어는 별도 저장센터에 두고 사용자는 필요할 때 이를 불러와 사용하는 개념이다.

 ◇PC, 더 비쌀 필요 없다=네트워크PC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업그레이드와 프로그램 추가에 따른 비용 부담 없이 손쉽게 고급 사양에 버금가는 PC를 사용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KT가 준비하는 매니지드 PC 서비스의 비용은 모니터를 포함해 불과 20만∼30만원대다. 엔컴퓨팅 제품도 3명 기준으로 100달러면 기존 PC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 블레이드PC도 기존 데스크톱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게다가 이들 PC는 단말기·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동일한 컴퓨터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 또 메모리 기능이 없어 정보 유출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유해 사이트 차단이나 주기적인 업그레이드 등 자동으로 자신의 PC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김영명 KT 기술전략 상무는 “매니지드 PC 서비스는 주기적인 업그레이드, 보안 패치 관리를 자동 제공해 취학 전 어린이와 가정주부·노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PC, 파괴력 주목=그동안 PC는 성능 경쟁이었다. 인텔 등 PC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업체는 끊임없는 성능 개선을 통해 PC 업그레이드 수요를 불러 일으켰다. 이 때문에 CPU와 하드디스크·메모리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으며 이에 반비례해 소비자 주머니는 가벼워졌다.

 반면에 다양한 퍼스널 단말기가 출현하면서 일반 PC 용도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도구 정도로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게임 파워 사용자 등 마니아가 아니라면 굳이 고급 사양의 PC가 필요 없는 시대가 왔다.

 게다가 국내와 같은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에서는 PC 자원을 실시간으로 공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송영길 엔컴퓨팅 시장은 “이미 기업 시장에서는 신클라이언트 개념의 PC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일반 소비자도 마치 유행처럼 최고급 사양의 PC를 사야만 한다는 통념이 점차 희미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