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향의 서남표 미 MIT 석좌교수(기계공학과)가 2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제13대 총장에 선출됨에 따라 KAIST의 향후 진로에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AIST측은 세계 석학 유치 등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소한 ‘KAIST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다.
하지만 서 신임 총장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면 KAIST가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대학으로 부상하려는 KAIST의 마스터 플랜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다.
◇개혁 속도 빨라질 듯=일단 서 신임 총장의 개혁적 성향에 과학기술계와 KAIST 구성원들은 주목하고 있다.
서 신임 총장은 지난 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교수 40% 이상을 기계공학 외의 다른 전공자로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펼쳤다.
신임 총장의 이 같은 개혁적 성향을 감안할 때 러플린 총장이 추진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가 다소 변형될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AIST는 매년 200억원씩 2010년까지 총 1000억원의 정부예산을 받아 △우수 신임 교수 유치(2010년까지 교수 550명 확보, 교수 대 학생비율 1 대 13) △해외 석학의 유치(현재 7%인 외국인 교수 비율을 2010년까지 15%로 확대) △교육·연구성과에 따른 차등 인센티브제 도입 등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 추진에 ‘올인’해 왔다.
서 신임 총장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조조정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게 KAIST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때에 따라서는 학과 통폐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플린 총장이 추진하던 사립·종합대학화 방안은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
◇극복해야 할 과제=서 신임 총장은 미 MIT에서 학·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시민권자로 5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았다. 따라서 국내 사정에 어둡고 현실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를 맡아 활동했지만 대외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서 신임 총장이 총장 공모과정에서 교수협의회 찬반 투표에 응해달라는 요청을 뿌리쳐 KAIST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내부 조직을 파악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같은 현안을 시급히 해결하는 게 서 신임 총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신임 총장이 KAIST의 국제화에 힘을 써준다면 KAIST 내부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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