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의 통신업체인 PCCW(Pacific Century Cyber Works Limited)와 입찰자인 호주 은행간 진행 중인 자산매각 협상이 중국측의 강력한 반대와 사모펀드의 가세로 큰 난항이 예상되면서 인수전이 점입가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의 차남인 리차드 리는 자신이 소유한 PCCW그룹의 통신, 미디어 사업을 호주 맥쿼리 은행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갈길이 첩첩산중이다.
인터넷회사로 출발한 PCCW의 매각대상으로 거론된 이동통신과 미디어부문은 PCCW매출의 71%를 차지하는데 최근 부채누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리차드 입장에서는 100억달러 가까운 쿼리은행과의 협상이 성사될 경우 PCCW의 순부채 25억달러를 제외하고도 70∼80억달러를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매각협상이 성사될 경우 홍콩을 대표하는 통신업체가 사실상 호주자본에 넘어가는 셈이기 때문에 중국당국이 과연 이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지 의문시된다.
<>PCCW의 매각협상 배경=리차드 리는 PCCW의 자산매각을 통해 통신사업에서 손을 털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여진다. 리 회장은 지난 2000년 싱텔을 누르고 홍콩텔레콤을 인수하면서 IT업계의 황태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닷컴붕괴로 그의 야심은 큰 타격을 입었고 PCCW는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또 C&W(구 홍콩텔레콤)의 유선전화사업과 지난해 인수한 이통계열사 ‘선데이 커뮤니케이션스’도 좁은 홍콩시장에서 과당경쟁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업계 주변에서는 리 회장이 부채정리를 위해 조만간 IT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PCCW의 주가는 지난 2000년 C&W 인수 당시 130 홍콩달러를 돌파했지만 지금은 5 달러에도 못미쳐 자금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서 20일 PCCW는 매각협상사실을 공표했다.
<>차이나넷컴의 반발 ‘걸림돌’=하지만 이 매각 건은 PCCW에 호주자본이 들어온다는 점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매각을 위해서는 사실상 중국정부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는 2대주주 차이나넷컴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나 PCCW를 통해 홍콩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2대 주주 중국 차이나넷컴은 “리회장의 해외매각계획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 2위의 국영통신업체인 차이나넷컴은 지난해 PCCW의 지분 20%를 10억달러에 인수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PCCW 매각에 대한 중국당국의 적대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어 PCCW와 맥쿼리 은행간의 매각작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홍콩 메릴린치의 웬디 류 애널리스트는 “홍콩의 기간통신망이 호주자본에 넘어가는 상황을 북경정부가 묵인할지 의문”이며 맥쿼리 은행이 차이나넷컴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비싼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맥쿼리 은행은 이번 PCCW 인수전에서 중국당국과 정치적 갈등 외에도 여타 사모펀드의 강력한 도전을 상대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 텍사스 퍼시픽그룹의 아시아 자회사인 뉴브리지 캐피털도 PCCW의 인수전 참여가 유력시 된다. 뉴브리지는 지난 1월 PCCW의 지분 23%를 가진 싱가폴 소재 PCRD의 주식 25%를 1억2500만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의한 바 있다.
FT는 리차드 리가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자산매각에 성공할 경우 PCCW그룹의 모체인 부동산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가로서 새 출발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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