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저장된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디가우저’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관련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가우저 제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련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디가우저는 HDD에 강한 자성을 쏘아 데이터를 소거하는 장치. 포맷 등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이나 파쇄·소각·완전 용해 등 하드웨어적인 방법보다 시간과 노력이 적게 드는 것이 강점이다.
◇시장 급속 개화=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디가우저 수요는 전무했다. 디가우저 출시가 붐을 이룬 것은 정부와 기업에서 앞다투어 보안 지침을 마련하면서부터.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전자 금융거래 보안 종합대책’ 일환으로 자동화기기를 처분할 때 고객 정보 삭제를 의무화했다. 금융권 거래 정보가 폐기될 때에는 별다른 제재 조치가 없었던 상황을 감안할 때 거래 정보 데이터 유출에 따른 책임 소재가 은행 측으로 분명해진 것이다.
또 지난 3월 국정원도 사용하지 않는 저장 매체 정보를 완전히 삭제하도록 하는 ‘정보 시스템 저장 매체 불용 지침’을 마련, 디가우저 시장 개화에 일조한 것. 특히 삼성화재가 최근 디가우저를 도입한 데 이어 한국전력도 입찰 제안 공고를 내고 디가우저를 도입하면서 시장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관련 제품 ‘봇물’=한국후지쯔·정원엔시스템 등 대형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업체까지 HDD 디가우저 제품 공급에 가세해 지금까지 10여개 제품이 경합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주요 제품으로는 야마가타 후지쯔의 ‘맥 이레이저 프로페서널’, 일본 오리엔트의 ‘하드디스크 크러서’, 데이터시큐리티의 ‘HD-1T’ 등이다. 관련 브랜드에 따른 모델까지 포함하면 10개가 훨씬 넘는다.
소자 성능을 나타내는 자기력은 ‘맥 이레이저’는 13000Oe(자기력 단위)며 ‘하드디스크 크러서’는 1800∼7000Oe로 가격은 수천만원대부터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성능 기준이 없다=관련 규정에 따라 급작스럽게 시장이 형성됐지만 디가우저 제품에 대한 일반인의 지식은 매우 부족한 편. 관련 제품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소비자 혼란도 야기되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 삭제에 영향을 미치는 유효 자기력은 표시하지 않고, 발생 자력만 표시한 제품이 많은데다 저가 제품일수록 자기력도 낮아 데이터 삭제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드디스크 원판에서 실제 나오는 유효 자기력은 보통 최대 자기력보다 50% 감소한다. 자력 세기는 측정기를 통해 테스트가 가능하다.
다양한 제품이 난립하면서 제품 성능에 관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야마가타 후지쯔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500기가바이트까지 늘어나 4500Oe 세기 자기장에서도 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국 안보국이 인증제도를 실시해 별도 인증을 통과한 제품만 공공기관에 공급하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지침을 국내에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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